더불어민주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5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1460원선을 넘어섰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긴급 대국민담화에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임명하겠다"며 사실상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을 즉시 임명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자신이 임의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역사를 돌아볼 때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야당은 여야 합의 없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행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하는 등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 권한대행의 담화가 끝나자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고, 결국 박찬대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권한대행이 아닌 내란 대행임을 인정한 담화였다"며 곧장 탄핵안 제출 및 보고 절차를 밟았다.
애초 민주당은 24일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려다가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에 대한 임명 여부를 지켜보자며 이를 보류, 27일 본회의를 새로운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날 한 권한대행이 '임명 불가' 입장을 공식화화자 하루 더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은 27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현재 야권이 192석인데다 우 의장도 탄핵안 가결 기준이 다른 국무위원과 마찬가지로 '151석 이상'이라고 보고 있어, 탄핵안은 무난히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조직법 제26조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이어받는다.
문제는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현실화하면 경제적·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1인 3역(대통령+총리+기재장관)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 나오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대외신인도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대외신인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한덕수 권한대행 중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1464.8원으로, 전날보다 8.4원 올랐다. 주간거래 종가가 1460원 선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에 대해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우리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오늘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넘었다"며 “우리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탄핵 이후 한덕수 대행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다가 조금 멈췄고 오히려 내려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엊그제 총리 탄핵 이야기가 나오면서 1450원, 1460원을 뚫고 있고, 이것(탄핵)이 구체화된다면 거의 1500원도 넘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고, 대한민국 신인도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오히려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권 지명자는 “그렇게 될 경우 그 전적인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탄핵은 거둬들여야 한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이라도 좀 정신을 차렸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마은혁(61·사법연수원 29기)·정계선(55·27기)·조한창(59·18기) 등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동의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