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댐 18MW SK하이닉스, 안동댐 1.5MW 우리은행과 계약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는 수력 RE100 전력구매계약
“대규모 수력발전 PPA, 기업들이 선호하는 RE100 방식”
수자원공사가 재생에너지인 수력발전 전기를 SK하이닉스와 우리은행에 공급한다.
수력발전 전력이 기업들의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수요 확대에 따라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기업에 팔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27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물에너지 공급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상대사로 SK하이닉스와 우리은행이 선정됐다.
이번 물에너지 PPA는 18.0메가와트(MW) 규모 남강댐 수력발전과 1.5MW 규모 안동댐 소수력 발전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판매하는 계약이다. 남강댐 수력발전 생산 전력은 SK하이닉스에, 안동댐 소수력 발전은 우리은행에 공급한다.
이번 SK하이닉스와 계약한 남강댐 수력발전은 수력발전으로는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PPA 계약이다.
물정보포탈에 따르면 남강댐 수력은 27일 기준 올해 동안 총 6만6954MWh의 전력을 생산했다. 가구당 연간 전력사용량이 3.6MWh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만8600여가구가 1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수자원공사는 물에너지 직접 PPA로 기업들이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을 할 수 있도록 보유한 수력발전 자원을 RE100 시장에 풀고 있다.
직접 PPA는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발전사업자와 일반 기업이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RE100 이행 수단을 말한다.
지금까지 수자원공사는 삼성전자에 시화호조력발전소(254MW), 롯데케미칼에 합천댐수상태양광(20MW), 네이버에 용담제2수력(2.3MW)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대규모 수력발전은 용량도 크고 가격도 태양광보다 비교적 저렴해 RE100 기업들이 선호하는 수단이다.
한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기업들이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들과 RE100 거래를 세금명세서를 떼는 것 등 여러 신경쓸 일이 많아진다"며 “한번에 많은 재생에너지 물량을 직접 PPA로 거래하는 게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RE100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RE100을 위한 PPA 전력가격은 전력도매가격(SMP)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의 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재생에너지 발전업자들이 전력도매시장에서 전력을 파는 것보다 RE100 시장에서 크게 가격을 깎아서 팔지는 않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전력판매가격은 SMP와 REC 가격 합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태양광, 풍력과 달리 대규모 수력발전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대규모 수력발전에는 REC가 발급되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도입 당시 대규모 수력은 친환경성 논란 때문에 REC를 발급하지 않기로 했다. RPS 자체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한 정책인데 대규모 수력발전을 인정해주면 이들 에너지원이 들어오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전해진다.
반면, RE100 시장에서는 친환경성 인증을 받으면 대규모 수력발전을 RE100 이행 수단으로 인정해준다.
수자원공사는 대규모 수력발전의 경우 SMP로만 전력을 판매해왔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PPA 전력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가격은 SMP보다 비싸고 SMP와 REC 가격 합보다는 저렴한 선에서 계약을 체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수자원공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수력발전 전력을 REC 가격 일부를 적용받고 팔 수 있고 일반 기업은 태양광보다는 비교적 재생에너지 전력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게다가 지난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이 평균 9.7% 올랐다. 기업들이 전기요금 비용과 RE100 편익을 따져볼 때 대규모 수력발전 전력을 직접 사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다만, PPA가 장기고정가격계약이라는 점이 변수다. 만약 SMP가 PPA 계약 가격보다 오르면 수자원공사 입장에서는 PPA를 맺은 게 손해다.
지난 2022년 1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에너지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월평균 SMP가 킬로와트시(kWh)당 267.6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기준 월평균 SMP가 112.2원임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보유한 수력발전을 마냥 RE100 시장에 풀기는 어려운 이유다.
수자원공사가 보유한 발전소의 총 설비용량은 지난해 12월 기준 1431MW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