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초고압변압기 수출 2억7581만달러·전년비 35.4%↑
글로벌 수요 강세 지속·국내외 생산력 확대…실적 향상 기대감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량 1만kVA 이상의 초고압변압기 등 고부가 제품에 힘입어 컨센서스도 소폭 상회한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초고압변압기 수출은 관세청 기준 2억7581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4% 증가했다. 이는 각국의 전력 수요가 확대되고, 노후 설비 교체가 진행되는 등 수요가 활발한 까닭으로 풀이된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도 지난해 1~11월 변압기 총 수출이 19억8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4%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배전반 및 전기자동제어반 수출도 30억9800만달러에서 32억7200만달러로 5.6% 증가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이 매출 9680억원·영업이익 94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유럽·인도향 판매에 힘입어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100% 이상 오른 수치다.
9월말 132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2월말 1477원까지 급등한 것도 원화 환산 기준 실적 향상에 기여한 요소로 꼽힌다.
이동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D현대일렉트릭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9701억원·2239억원으로 내다봤다.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80% 가량 확대됐다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연간 매출(3조3000억원)·수주(37억4000만달러) 가이던스도 초과 달성한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내 전력기기 업계 최초로 '10억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북미와 중동을 중심으로 수출액을 대폭 끌어올린 성과다.
LS일렉트릭의 경우 전기차 캐즘을 비롯한 어려움이 있으나, 초고압변압기 수주는 연간 6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성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업계는 향후 미국 금리 인상을 비롯한 달러 약세 요인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낮아질 수 있으나, 수익성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미·중동·유럽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수주 모멘텀이 형성된 덕분이다.
특히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을 뿐더러 구매력이 충분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중국 견제가 더해지는 등 국내 기업들의 '금맥' 지위를 잃지 않을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이 미국법인 생산량을 늘리고 HD현대일렉트릭도 앨라바마 공장을 증축하면서 현지 수요 대응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LS일렉트릭도 초고압변압기 생산력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관세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전력 인프라 교체가 주요 정책인 만큼 장벽을 세울 가능성이 낮다는 반론이 맞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 이전 연설에서 '미국의 인프라는 제3세계 수준'이라고 발언하는 등 관련 정책을 강하게 펴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3조원 규모에서 올해 3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서 3700억원 수준까지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7조원을 돌파한 수주잔고가 매출로 반영되면서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HD현대일렉트릭도 연매출을 3조5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7250억원에서 9000억원 규모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말 수주잔고는 7조원을 상회한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 에너지 전환으로 전력망 안정화에 대한 니즈가 커지는 것도 초고압변압기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며 “에너지저장장치(ESS)·초고압직류송전(HVDC) 관련 매출 신장 등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실적 향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