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유가 떨어진다더니…시장은 왜 ‘상승 전망’에 베팅하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1.10 14:29
USA-BIDEN/DRILLING-REVENUE

▲미 원유시추기(사진=로이터/연합)

올해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미 월가에서 대세론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 베팅을 늘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 31일까지 한 주 동안 5900만배럴 상당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등 원유 선물 및 계약을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투자자들이 보유한 원유의 순 롱포지션(매수) 규모는 4억 400만배럴로 불어났는데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이들이 매도 전략을 취한 것을 감안하면 유가 전망에 대한 기류가 크게 반전된 것이다. 로이터통신의 존 켐프 분석가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0일 기준 투자자들의 순 숏포지션(매도) 규모가 3400만배럴로 집계됐는데 이는 사상 최대다.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특히 지난달에 유가 상승 베팅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1일까지 3주 동안 이들의 WTI 롱 온리(long-only) 계약 규모가 41% 급증한 반면 숏 베팅은 33% 급감했다.


월가에서 유가 전망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는 와중에 투자자들이 매수를 크게 늘려 이같은 현상이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공급 과잉을 거론하면서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65달러로 급락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9일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3월물 선물가격은 배럴당 76.9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유가 전망과 관련해 우리는 상방 리스크보다 하방 리스크에 주목하는데 바쁘다"고 설명했다. 맥쿼리도 과잉 공급이란 이유로 올해 WTI 평균 가격이 배럴당 66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배경엔 공급 과잉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 BOK 파이낸셜 증권의 데니스 키슬러 트레이딩 담당 부회장은 “펀더멘털은 수급이 더 빡빡해질 것이란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최대 셰일오일 유전지대인 퍼미안분지에서 생산량 정점이 임박했다는 점, 중국 수요가 앞으로 더 위축되지 못할 것이란 점, 미 원유재고가 급감한 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등을 유가 반등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블룸버그는 미 오클라호마주 쿠싱 허브의 원유재고가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9일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영국 스탠다드앤드차타드 은행은 미국의 원유 공급 증가량이 2023년 하루 160만5000배럴에서 지난해 73만4000배럴로 급감했다며 올해와 내년엔 각각 36만7000배럴, 15만1000배럴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비(非)OPEC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량은 하루 100만배럴을 밑돌아 시장이 우려해왔던 수준의 과잉공급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시 이란에 대한 강경책을 펼칠 것이란 관측도 유가 상승의 또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특히 이란의 원유 수출을 틀어막는 데 신속히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산유국인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정조준해 강력한 제재를 단행했고, 이에 따라 이란의 원유수출량이 급감했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수출이 다시 회복된 바 있다. 미국의 반(反) 이란 단체인 이란핵반대연합(UANI)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5억87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10% 급증한 수준으로,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됐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