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e+ 삶의 질] ‘폐암 시한폭탄’ 흡연, 아직도 끊지 않았나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1.12 20:39

■ '암 사망률·남자 암 1위' 폐암 조기진단·예방대책

3명 중 2명 발병 뒤 늦게 발견…80%이상 5년내 사망

5년 생존율 男33% 女54%, 전체 암 5년 생존율 73%

성인 22% 흡연, 男40% 女5%…폐암 발병율과 비례

15년 장기 흡연자 증세 없어도 '저선량 CT' 검사 필수

인하대병원 폐암센터 의료진이 폐암 CT 촬영 진단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인하대병원

▲인하대병원 폐암센터 의료진이 폐암 CT 촬영 진단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인하대병원

국내 암 사망률 1위, 남성 암 발병률 1위, 전체 암 발병 순위 3위, 5년 상대생존율(일반인과 사망률을 비교한 생존율) 40.6%…. 무슨 암일까? 전립선암? 위암? 다름 아닌 폐암이다. 암 생존율 성적표로 따지면 'D 수준'이다.




최신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년 동안 폐암은 총 3만 2313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남자가 2만 1646명, 여자가 1만 667명에 달해 남자 암 발병률에서 1위, 여자 암 발병률에서 4위를 차지했다.


의학적인 완치 기준을 따지는 5년 생존율(상대생존율)은 남자가 훨씬 낮다. 남자의 5년 생존율은 33.7%, 여자의 5년 생존율은 54.8%이다. 남자든 여자든 전체 암의 평균 5년 생존율 72.9%에 훨씬 못 미친다.



국가암 등록통계에서 병기를 따질 때는 4가지로 나눠 △국한(Localized·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음) △국소진행(Regional·암이 발생한 장기 외 주위 장기, 인접 조직, 또는 림프절을 침범) △원격전이(Distant·암이 발생한 장기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 전이) △모름(Unknown·병기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등으로 구별한다.


병기별 2018∼2022년 분석 결과를 보면 △국한(분율 25.8%, 생존율 79.8%) △국소(분율 25.8%, 생존율 50.4%) △원격(분율 41.4%, 생존율 12,9%) △모름(분율 7.0. 사망률 26.6%) 등 일찍 발견하느냐, 늦게 발견하느냐에 따라 생존율이 좌우된다. 일찍 발견하면(국한) 10명 중 8명이 살지만, 늦게 발견하면(원격전이) 10명 중 8명 이상이 5년 이내에 사망함을 보여준다. 그나마 이런 성적도 최근 조기진단법의 발전과 새로운 항암제 개발 등에 힘입은 결과다.




결론은 비교적 간명하다. 폐암 치료의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일찍 발견하고, 한편으로 예방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새로 적용되고 있는 담뱃갑 경고 그림과 문구. 왼쪽이 기존 그림·문구이고 오른쪽이 더 경각심을 높인 그림·문구이다. 사진=보건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새로 적용되고 있는 담뱃갑 경고 그림과 문구. 왼쪽이 기존 그림·문구이고 오른쪽이 더 경각심을 높인 그림·문구이다. 사진=보건복지부

여성 폐암 80~90%가 비흡연자…간접흡연·요리연기·미세먼지 등 외부 요인

흡연은 폐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힌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258개 보건소를 통해 성인 2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통합한 담배제품 현재사용(흡연)률은 22.6%로 나타났다.




남자는 39.7%, 여자는 5.2%였다. 남성이 여성보다 약 7배나 담배를 많이 피운다. 현재흡연율이란 그동안 100개비 이상의 담배를 피웠고, 지금도 흡연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다. 이러한 남자와 여자의 흡연율 차이가 폐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폐암이 흡연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약 25년 전인 1998년 성인남자 흡연율은 67.0%였다. 예를 들어, 올해 60세 내외 연령이라면 1998년엔 30대 중반이었고, 그 당시 10명 중 약 7명이 흡연했다는 얘기다. 아직까지 담배를 못 끊었다면 20년 이상 흡연중이라는 뜻으로, 이런 사람들은 '폐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15갑년(1갑년=매일 평균 1갑을 1년 동안 피운 경우) 이상 흡연했다면 폐 기능에 증세가 없거나 잘 느끼지 못할 정도라도 빠른 시일 안에 저선량 CT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그런데 CT는 방사선 의료기기 중 가장 많은 피폭량을 갖는 장비다. 폐 CT 촬영의 위험성이 적지 않아 건강진단 목적의 CT는 잘 권고되지 않으며 찍더라도 저선량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저선량 CT는 방사선량이 일반 CT의 10∼50% 수준인데, 요즘은 저선량 CT보다 훨씬 낮은 방사선량(일반 CT의 5% 수준)으로 동일한 품질의 화질을 얻을 수 있는 초저선량 인공지능(AI) 솔루션이 국내 기술로 개발돼 임상에 적용되고, 여러 편의 국제학술지를 통해 그 유용성을 입증했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초저선량 CT 영상을 인공지능 솔루션을 적용해 보정하고 있다. 사진=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초저선량 CT 영상을 인공지능 솔루션을 적용해 보정하고 있다. 사진=서울대병원

공기 좋은 곳 폐암치료에 도움된다, 노인 폐암 항암치료 안좋다 등 “잘못된 인식"

이에 대한 빠른 국내 건강보험 수가의 적용으로 토종 기술에 대한 'K-의료의 세계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흡연율과 폐암 발생률과 비교해보면, 국내 흡연율은 예나 지금이나 남자에서 7∼8배 높은데, 폐암 환자 숫자는 남자가 여자의 2배 정도이다. 왜 그럴까? 남자가 담배를 피워도 폐암에 잘 안 걸리는 것일까?


아니다. 흡연이 폐암의 최대 위험요인이긴 하지만 간접흡연, 라돈, 대기오염, 미세먼지, 요리 연기 등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폐암 환자 중 남성의 흡연 이력은 80%가 넘는다. 금연이 폐암 예방의 첫걸음이다. 여성 폐암 환자의 경우 80%∼90%가 비흡연자인데, 바로 앞에서 열거한 흡연 이외의 요인, 특히 요리 연기에의 노출이 여성 폐암의 상당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잘못된 폐암 인식도 적지 않아 문제다. 대한폐암학회가 전국 주요 도시의 960명을 대상으로 한 폐암 인식도 조사 결과, 폐암 환자가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면 폐암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70%에 이르렀다. 그러나 폐암학회는 “매우 잘못된 인식"이라며 “공기 좋은 곳에 사는 것과 폐암과는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노인 폐암환자가 항암치료를 받는 것에 응답자의 44%가 부정적인 생각을 나타냈지만 폐암학회는 “노인이라고 항암치료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기 폐암에서도 증상이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4%나 됐는데, 이는 폐암 환자 3명 중 2명이 진행 상태에서 발견되는 것을 감안할 때 크게 잘못된 인식이며, “폐암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기 검진이나 고위험군에 대한 선별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폐암학회는 강조했다.



박효순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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