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中 생산 40% 넘는 韓 반도체…K-칩스법 ‘응급조치’ 시급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1.20 14:53

미-중 갈등 사이에 낀 한국 반도체

삼성·SK하이닉스 수출규제 직격탄

업계, 기술 경쟁력 확보에 사활 걸고

정부, 14조원 규모 지원책 속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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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부 산둥성 빈저우의 한 공장에서 반도체 웨이퍼가 가공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이 국내 반도체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 정책 변화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중 갈등 심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이중고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중국의 파운드리 반도체와 이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small yard, high fences)' 전략을 넘어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을 겨냥한 '최대 압박' 전략으로의 전환하는 것이다. 이에 중국 반도체산업협회도 미국산 반도체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신뢰할 수 없다'며 자국 기업들에게 미국산 반도체 사용 중단을 권고한 상황이다.


그 결과 한국 반도체 업계는 두 나라의 반도체 갈등 중간에 끼어버렸다.



반도체 수출 中 의존도 크게 줄어…수출통제 강화는 '직격탄'

2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과 홍콩을 합한 수출 비중이 2020년 61.6%에서 2024년 51.7%로 크게 줄었다. 특히 중국 본토 수출은 40.2%에서 33.3%로, 홍콩 수출은 20.9%에서 18.4%로 각각 감소했다.


이러한 수출 감소는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고, 2023년 10월에는 이를 더욱 강화했다. 특히 AI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수출 제한이 강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중 수출이 크게 위축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생산시설 운영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1년 단위의 수출 허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낸드플래시를,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RAM을 생산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중국 내 생산 비중이 40%를 넘어 미국의 제재 강화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중국산 제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동맹국들에게도 대중 수출통제 참여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미 인터뷰에서 CHIPS Act를 “매우 나쁜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보조금 대신 관세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당초 약속받았던 텍사스 테일러 공장 보조금이 26% 삭감된 47억5000만달러로 최종 확정됐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 주의 패키징 시설에 대해 4억5800만달러의 보조금과 5억달러의 대출 지원을 받게 됐지만, 이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트럼프가 지명한 정부효율성부서(DOGE) 수장 비벡 라마스와미는 기존 계약들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 반도체 세제혜택·R&D 투자 확대…업계는 대규모 설비투자

한국 정부도 이에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응해 'K-칩스법(K-Chips Act)'를 통해 대기업 15%, 중소기업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14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편성했다. 또한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인프라 구축에 1조8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약 5조원을 R&D, 상용화, 인력양성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AI 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의 실증과 상용화를 위한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이러한 정부 지원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용인에 3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12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업계는 투자를 통한 위기극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두 기업 모두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투자 계획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업계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 강화가 가장 중요한 무기라고 입을 모은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 업계의 중장기적인 전략이 고민되는 시점"이라며 “기술 경쟁력 확보를 통한 자생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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