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심판 4차 변론 출석…김 전 장관 직접 신문
23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대면했다.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윤 대통령과 마주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끝난 것"이라며 “소추인(국회)은 실패한 계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패한 계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도 빨리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끝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를 아주 신속히 한 것도 있고, 저 역시도 계엄해제 요구 결의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김용현 전) 장관과 (박안수) 계엄사령관을 즉시 불러 철수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저나 장관, 군 지휘관도 지금 실무급 영관·위관급 장교의 정치적 소신이 다양하고, 반민주적이고 부당한 일을 지시한다고 할 때 그것을 따르지 않을 것이란 것도 다 알고 있었다"며 “그런 전제하에서 비상계엄 조치를 했고, 그에 따라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이동을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병력 이동 지시는 합법적이기 때문에 군인이 거기에 따른 것이고, 불법행위를 한 게 아니다"라며 “국회 의결 이후 국무회의를 열어야 계엄을 해제할 수 있어 좀 기다리다 군을 철수시켰고, 국무회의 정족수가 갖춰지면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먼저 발표했다"라고도 부연했다.
이날 4차 변론에서 김 전 장관은 증인신문에 출석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25분께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지시에 따라 심판정에 입장했다.
문 대행이 “증인 들어오십시오"라고 지시하자 김 전 장관은 변호인과 함께 걸어 들어와 재판부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심판정 중앙 증인석에 착석했다.
김 전 장관 뒷자리에는 변호인인 이하상·유승수 변호사가 동석했다. 이는 김 전 장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약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겠다"고 증인 선서했다.
이후 그는 계엄 선포 배경에 관한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의 질문에 손을 흔들며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김 전 장관이 국회에 군을 투입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의정 활동을 방해할 목적은 없었다고 하는 대목에서 윤 대통령은 동의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280명의 특전사 병력이 국회의사당 본관에 질서 유지 활동을 위해 들어갔다'고 답하자 사실과 다르다는 듯 마이크를 잡아 “국회 본관 안에 특전사가 몇 명 없지 않았냐"라고 직접 질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또 “특전사 요원 20여명이 국회 본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사진을 어제 봤다"며 “그런데 (국회 직원 등이) 소화기를 쏘니까 다 나오던데, 특전사 요원들이 본관 건물 밖에 마당에 주로 있었나 아니면 본관 건물 안으로 많은 인원이 들어가 있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280명은 본관 안쪽에, 하여튼 복도든 어디든 곳곳에 가 있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장관이 구체적으로 병력 위치 사항을 자세히 파악할 수 없었던 게 아니냐"고 하자 김 전 장관은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계엄 포고령 작성 경위에 대해서도 직접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12월 1일 또는 2일 밤 장관이 관저에 포고령을 가져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포고령이 추상적이라 법적으로 검토할 게 많지만, 실행 가능성이 없으니 놔두자고 웃으며 말했던 상황이 기억나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말하니까 기억난다"며 “평상시보다 꼼꼼히 보시지 않는 걸 느꼈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달받았다는 '비상입법기구 쪽지'는 자신이 직접 작성했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소수 병력만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 당시 동의한 사람이 있었다면서도 “누구인지 말하긴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치활동 금지'를 명시한 포고령 1호에 대해선 과거 포고령을 참고해 관사에서 직접 워드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은 2시간 30분간 이뤄졌다. 당초 예정은 90분이었으나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은 물론 헌재 재판관들도 '송곳' 질문을 던지면서 1시간가량 길어졌다.
증인신문이 종료하자 김 전 장관은 재판부에 인사한 뒤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했다. 윤 대통령도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주동자로 지목된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 공모해 포고령을 작성하고 계엄군의 국회·선거관리위원회 투입과 주요 정치 인사 10여명 체포·구금 등을 지시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로 지난달 27일 구속기소 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