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Jean Monnet EU센터 공동소장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구매하겠다고 언급하였으며, 필요하다면 무력의 활용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것은 부동산 사업가인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언급일 수도 있지만, 그린란드의 지리적 중요성을 인식한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린란드는 북아메리카 캐나다에서 동북 방향에 위치하며, 대서양 건너편인 유럽인 덴마크의 자치령이다. 이 지구에서 가장 큰 섬에는 6만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주로 해안에 거주하고 있다.
그린란드의 이러한 지리적 특징은 북아메리카와 유럽 사이의 바다인 북대서양 또는 북극해의 중요한 수송로의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 즉 그린란드는 현대 사회에서도 북아메리카와 유럽을 연결하는 수송로에서 중간 보급기지로서 역할을 하였고, 이 해역을 지배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하여 북극항로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린란드의 중요성도 더욱 높이 평가되고 있다. 물론 이곳에 매장된 천연가스부터 희토류 같은 경제성 높은 여러 지하자원이나 인근 해역의 개발가능성도 그린란드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사실 그린란드는 북극 지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많은 사례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북극 지역의 중요성이 경제적 활용에만 연결된 것도 아니다. 국제사회와 여러 국가는 북극지역에 관한 최근 정치안보적 중요성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른바 '미중경쟁' 또는 '신냉전'의 확장된 무대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라는 전지구적 위험성이 특히 북극지역에 두드러진 영향을 주기도 하고, 북극지역에 존재하는 소수민족과 새롭게 진출한 문명세계의 갈등도 북극지역의 생태환경적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원인이다. 경제-안보-환경-인간 등의 여러 주제와 대상이 얽힌 복잡한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북극지역은 대체로 지구의 북극점과 북위 66도 이상의 고위도 지점 사이의 공간을 의미하며, 이 공간에 영토가 존재하는 국가들은 북아메리카의 미국과 캐나다, 유럽의 5개국인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덴마크, 그리고 러시아가 포함된다. 특히 러시아는 북극해에 가장 길게 접하고 가장 많은 영토를 북극지역에 두고 있으며, 미국은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구매한 이후 북극인접국이 되었다. 이 북극인접국은 1990년대 '북극이사회'라는 그룹을 형성하며, 북극에 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논의와 규율을 시작하였다. 많은 국제사회 구성원들은 북극이사회 참여를 원하였는데, 북극이사회에는 '옵저버'라는 지위를 만들어 영국 등 여러 유럽 국가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3국 등을 옵저버로 포함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북극이사회 운영은 북극인접국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북극지역이 원칙적으로 북극점 중심의 바다인 북극해가 대부분이며 북극해는 주로 얼음이 차지하고 있는데, 북극지역의 아래쪽 일부분에 위 8개국의 일부 영토가 접한 상황이다. 이러한 모습은 지구 반대편의 남극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다. 남극은 하나의 독립된 대륙 즉 육지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며, 북극 문제가 여러 복잡하고 통합적 규율이 아닌 상황인 것에 비하면, 남극 문제는 비교적 통일적인 규율체계의 통제를 받고 있다. 1959년에 체결된 남극조약과 이 다자간 조약의 철학을 반영한 여러 세부적인 조약들이 '남극조약체제'라는 통일적인 국제법 체계로 남극문제를 규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남극대륙은 어느 국가의 영토도 아니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과학연구 등만 허용된다.
한국은 북극이사회에서 옵저버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북극문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한다. 북극점에 가까운 스발바르 제도의 북극연구기지에서 한국의 연구활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정부의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 산하의 극지연구소와 해양수산개발원 등이 과학/정책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연구쇄빙선 아라온호가 북극항로 개척과 북극해 연구를 위한 항해를 하기도 하였다. 또한 외교부에는 극지협력대표(대사)가 북극에 관련된 국제협력을 위한 활동을 도모하고 있다. 2021년에는 '극지활동진흥법'을 제정하여 국제사회 활동, 전문가 육성, 인식 및 교육 확산 등을 위한 장단기 계획수립과 실천이 이루어진다.
북극지역의 여러 복잡한 문제들은 여러 면에서 한국에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북극지역의 환경문제가 경제개발 방법의 대안을 요구하는데, 한국기업들은 전통적인 방법들이 지배하고 있던 기존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그 대안을 제시하거나 적응하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환경보호를 추구하는 녹색경제 개념에서 발전한, 이른바 '청색경제' 개념이 환경보호와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구하는 과학기술 적용과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낳으면, 한국의 경제에 활로를 열어주는 무대가 마련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북극인접국을 포함한 여러 국제사회 구성원과의 협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