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줄어도 2조4000억원대인데 수익성은 '제로' 수준
실적부진에 늘어가는 '영업권손상차손', 순손실 3000억
신용등급 하락 막으려면 상반기 내 영업현금 창출해야
롯데하이마트가 올해도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기에 놓였다. 실적악화로 재무부담이 가중되면서 등급 하향 요인은 확대된 반면, 상향·유지를 위한 회복 요인은 요원한 상태다. 실적 개선을 위한 대내외적 환경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여전히 높은 비율을 유지 중인 영업권도 문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잠정치) 2조3567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9.7%, 79.1% 감소한 수치다.
EBIT/매출액은 0.1%에 수준으로 사실상 영업 적자다. EBIT/매출액은 기업의 수익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매출액 대비 기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지를 알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매출은 2조4000억원이나 되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17억원에 불과해 수익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매출 감소는 가전제품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경영효율화 과정에서의 프로모션·점포망 축소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인건비 증가로 판매관리비가 상승하면서 영업수익성이 저하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30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자본축소로 이어지며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이 각각 36.9%, 103.2%를 기록, 전년 대비 각각 13.5%p, 1.5%p씩 증가했다. 당기순손실을 더 키운 것은 영업권손상차손이었다.
영업권손상차손은 기업이 보유한 영업권의 가치가 하락했을 때 인식하는 회계상 손실을 의미한다. 이 손실이 클수록 기업이 감당하는 비용은 확대된다. 실적이 부진하면 그만큼 미래 현금흐름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영업권의 공정가치가 장부가치 아래로 낮아진다. 이 낮아진 가치만큼이 비용으로 처리되면서 순익을 깎는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영업권손상차손으로 2655억원을 반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반기 내 영업실적 올려야…올해 더 나빠진 업황이 '발목'
문제는 올해도 사정은 나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롯데하이마트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내수침체로 인해 불황 장기화다. 올 상반기 내 영업실적을 개선하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은 또 한 차례 강등될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가 신용등급 하락을 면하기 위해선 영업현금창출이 급선무인데, 업태 전반의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어서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심리 위축이 길어지면서 소매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예고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 전망 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77로 집계됐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업태별로는 모든 업체에 걸쳐 경기 전망 지수가 전 분기보다 하락했다. 특히 백화점(91→85), 대형마트(90→85), 슈퍼마켓(81→76)의 낙폭이 컸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은 온라인쇼핑과의 치열한 경쟁 등이 겹쳐 고전이 예상된다.
한기평은 전날 롯데하이마트에 대해 실적 회복 수준과 재무부담 제어 여부를 모니터링해 올 상반기에 신용도 방향성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기평은 “손상인식으로 인한 자본 감소, 이익창출력 저하 등으로 재무부담이 상승하면서 2023년 이후 차입금의존도는 하향변동요인(35%)을 상회하고 있다"며 “또한 지속된 손상처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영업권 잔존 장부가액은 5721억원으로 여전히 총자산의 30.4%에 달하고 있어 추가적인 손상차손 여부 등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총 1조1000억원의 영업권이 손상처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기평은 “대외 환경도 좋지 않지만, 롯데하이마트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한 상황"이라며 “프리미엄 제품은 백화점으로, 가성비 중심 제품은 이커머스로 채널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상반기 영업실적 회복, 영업현금 흐름 창출 등을 신용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다만 업황을 보면 단기에 영업개선이 크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앞서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연초 롯데하이마트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조정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가 한 번에 신용등급을 강등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