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룡 英BP의 넷제로 자충수…헤지펀드 공격대상됐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2.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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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로고(사진=로이터/연합)

영국계 석유공룡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미국 최대 규모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대상이 됐다.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위한 BP의 전략변화가 오히려 실적악화와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자 엘리엇이 BP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여 중대한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엘리엇이 BP의 지분을 상당한 규모로 확보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동주의 투자자와의 대결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엘리엇이 BP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인 이유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BP의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기 위함이다. 소식통은 “엘리엇은 BP가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으며 실적 또한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16년 역사의 BP는 엑손모빌, 셸, 토탈에너지 등과 같이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중 하나로 꼽히지만 경영 전략은 최근 몇 년 사이 급변했다.


버나드 루니 전 BP 최고경영자(CEO)가 2020년 당시 석유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판단해 친환경 사업을 늘려 '2050년 넷제로 달성'이라는 파격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면서다. 이때만 해도 구체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한 석유회사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점부터 BP 실적과 주가는 악화일로를 걷는 등 기업가치가 경쟁사들보다 크게 뒤쳐졌다.


실제 지난 5년간 BP 주가는 8% 가까이 하락했지만 셸, 토탈에너지 등은 최소 30% 넘게 올랐다. 엑손모빌의 경우 2020년부터 주가가 75% 넘게 폭등했다. 이처럼 BP의 시가총액이 쪼그라들자 일부 경쟁사들은 BP를 인수할 가능성도 거론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루니의 실패한 넷제로 베팅"이라며 “BP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영국계 석유공룡이 얼마나 몰락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루니 전 CEO는 결국 2023년 9월 사임했고 그 뒤를 이은 머리 오친클로스 CEO는 이라크 화석연료 프로젝트 재개발을 위한 협상, 재생에너지 자산 매각, 직원 5% 감원 등 변화에 나섰지만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역부족이란 반응이 나온다.


이에 엘리엇이 BP를 상대로 어떤 변화를 요구할지 관심이 쏠리는데 최근 미국 복합기업 허니웰 인터내셔널의 사례처럼 BP가 청정에너지와 화석연료 사업으로 분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 허니웰은 엘리엇 압박에 항공우주와 자동화 부문을 분리하고 추후 첨단소재 사업도 빠르게 독립시키겠다고 지난 6일 발표한 바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 폴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행동주의 펀드 중 하나로 경영진 개편과 완전 매각을 포함한 변화를 강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엘리엇은 한국 내에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을 문제 삼거나 현대차 그룹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엘리엇이 과거에 지분을 확보한 여러 회사는 결국 CEO를 교체했는데, 여기에는 대형 무선 타워 소유주인 크라운 캐슬을 비롯해 NRG 에너지, 굿이어 타이어 & 러버 등이 포함된다.


작년에는 영국 상장사인 광산업체 앵글로 아메리칸과 일본 종합상사인 스미토모 등에서 행동에 나섰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밖에 엘리엇은 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요 기업을 상대로도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한바탕 싸움을 벌인 바 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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