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TCL·하이센스·CXMT 등
가성비 넘어 ‘고급화 전략’ 맹공
초격차 기술 주도권 확보 절실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스마트폰, TV, 반도체 산업에서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국내 업체들이 장악했던 프리미엄 시장을 빠르게 위협하고 있다. 챗GPT.](http://www.ekn.kr/mnt/file_m/202502/news-p.v1.20250213.c69529bf05fd4c94b7cad3106a276827_P1.jpg)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스마트폰, TV, 반도체 산업에서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국내 업체들이 장악했던 프리미엄 시장을 빠르게 위협하고 있다. 챗GPT.
전 세계 스마트폰, TV,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의 전방위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가성비를 넘어선 고급화 전략으로 맹렬히 공세를 펼치며, 국내 업체들이 장악해 온 프리미엄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中, 한국 주력 시장까지 위협
13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부문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며 삼성전자와의 매출 격차를 줄여가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0%p 이상이던 두 기업의 매출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9%p로 좁혀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해온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하이센스와 TCL이 각각 24%, 17%의 출하량 점유율을 기록하며 2, 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30%)가 여전히 1위를 지켰지만, LG전자는 4위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2023년 3분기 28%p에 달했던 한국과 중국의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 격차는 1년 만에 5%p로 좁혀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합산이 한국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도 중국의 공세가 거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해온 D램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점유율을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중국 최대 메모리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다. 이 회사는 기존의 범용(레거시) 반도체뿐만 아니라, 최신 DDR5 D램과 AI 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까지 개발하며 한국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고급 제품 쏟아내며 존재감 키워
기존에는 중국 제품이 '가성비' 위주로 평가됐지만, 최근에는 고급화 전략으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전 산업군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우며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샤오미는 한때 '대륙의 실수'라 불릴 정도로 가성비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200만원대 '샤오미 13 울트라'와 폴더블 스마트폰 '믹스 폴드 4' 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자국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저가 액정표시장치(LCD) TV 중심이던 하이센스와 TCL도 '미니 LED' 등 프리미엄 제품을 대거 출시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던 프리미엄 TV 시장의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이제혁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LCD 시장을 주도하던 중국 업체들이 이제는 한국이 선점한 프리미엄 TV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CXMT는 기존에는 범용(레거시) 반도체에 집중했지만, 지난해 12월 AI 메모리에 필수적인 DDR5 서버용 메모리를 출시하며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DDR5 D램은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2배 높여 대형 서버에 탑재된다. CXMT는 DDR4에서 한국을 따라잡는 데 6년이 걸렸지만, DDR5에서는 그 격차를 4년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HBM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CXMT는 이미 HBM2~HBM2E 제품을 양산 중이며, 중국에서는 HBM2 생산을 위한 28만㎡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그동안 압도적 우위를 보이던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는 국내 기업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대응해 기술 초격차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스마트폰과 TV 분야에서는 AI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갤럭시 S25' 시리즈에 맞춤형 정보 브리핑 서비스 '나우 브리프'를 추가했고, LG전자는 AI 전용 버튼을 탑재해 접근성을 개선한 2025년형 '올레드 에보'를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도 기술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는 아직 국내 기업들이 앞서 있지만, 중국의 추격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며 “올해 HBM 등 AI 메모리 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