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도 철강株 선방…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2.13 15:46

미국 수출 비중 높은 세아제강 등 오히려 상승세

트럼프 협상 전략 가능성·저평가된 주가가 변수

미국 내 생산 확대 움직임도 투자심리 자극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한국도 영향권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25% 관세' 행정명령에도 국내 강관업체들의 주가는 예상보다 선방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협상을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 그리고 강관업체들의 저평가된 주가가 투자 심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주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일부 기업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세아제강 주가는 전일 대비 4.68% 오른 13만8800원에 거래 중이다. 같은 강관업체인 넥스틸도 0.12% 올랐다. 휴스틸은 2.89%로 소폭 약세다.


이들 기업은 철강주, 그중에서도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대표 강관업체들로 꼽힌다. 연간 매출 50% 이상이 수출, 특히 미국에서 발생한다. 애당초 2024년 기준 한국산 강관의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 출하량의 23.9%에 달하며, 특히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의 미국 의존도는 각각 97.9%, 78.2%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철강 25% 관세 명령의 최대 피해자로 보이지만 의외로 최근 주가 흐름은 나쁘지 않다.


세아제강의 경우 행정명령 당시인 지난 11일 4.68%, 12일 2.79% 약세를 보였으나 이날 강세로 상당 부분 만회했다. 연초 11만원대에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넥스틸은 11일 20% 가까이 올랐으며, 같은 날 휴스틸도 약 5% 뛰었다.




우선 당장 철강주 주가에 악재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행보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높은 관세 행정명령으로 눈길을 끌었다가, 이후 무역 협상을 통해 강도를 완화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은 최근 높은 관세 정책 역시 타국과의 외교 협상 우위를 위한 무기에 불과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해석이다.


또 이미 각 강관업체의 주가가 주요 산업재치고 상당히 저평가됐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12일 기준 세아제강의 주가수익률(PER)은 1.97배, 휴스틸은 3.36배, 넥스틸은 1.58배에 불과하다. PER는 기업의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이익 대비 몇 배로 거래되는지를 나타낸다. 전통적인 철강업체 PER가 5~10배에서 형성된다고 봤을 때 분명 저평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더불어 세아제강 등 강관업체는 미국 내 제품 생산을 위한 기반이 있거나, 마련하고 있다. 세아제강의 지주사 세아제강지주는 미국 휴스턴에 'SeAH Steel USA'를 두고 연간 25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넥스틸 역시 휴스턴에 위치한 'NEXTELL SAHA' 지분 50%를 보유 중이며, 연간 12만톤을 생산한다. 휴스턴은 미국 클리블랜드에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며 오는 6월 완공이 예상된다. 이미 수백만톤에 달하는 국내 생산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향후 미국 현지 생산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25% 관세 정책는 악재가 분명하다면서도 향후 시장이 미칠 파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2018년경 관세 발표 당시에는 강관 가격이 10~20% 상승한 후 천천히 안정화됐다. 우선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가격 경쟁이 발생한 데다, 여전히 국내 업체가 미국 내수 기업에 비해 원가가 낮기 때문이다. 향후 외교적 과정에서 관세 정책이 철회될 가능성도 상정해야 한다.


단 신용평가업계에서는 관세 부과로 인해 국내 강관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면서 향후 모니터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각 업체가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더라도 국내 내수 시장의 저마진 구조와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로 인해 투자 부담이 커지리라는 전망이다. 또한 미국이 철강 외에도 자동차, 반도체 등 추가 관세를 검토 중이어서 주요 수요산업의 위축이 국내 철강 수요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규제의 현실화 수준과 그 구체적인 내용이 철강업계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주요 업체별 투자전략에 따른 재무구조 변동, 역내 철강수급 변화, 미국의 수입규제 관련 후속 조치 및 주요 수출 대상국들의 추가적인 수입규제 가능성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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