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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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작년 6월 윤 대통령이 직접 동해 심해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통해 최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 자원 부존 가능성을 발표하였다. 과학적 검증도 거쳤다고 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천연가스 존재 가능성을 확인했단다. 현재 소비량을 기준으로 할 때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쓸 수 매장량이란다. 산자부 장관은 해당 광구의 가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로 추정했다. 오랜 자원 곤궁의 한계를 벗어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정치권이 에너지 자원개발 성공 앞장서는 행태는 앞날이 걱정스럽다. 윤 대통령의 석유-가스 발견 공표는 총선 참패와 지지율 하락에 즈음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후속대책과 관련 정책(안) 신뢰성에 한계를 준다. 따지고 보면 이번이 대통령이 연계된 세 번째 석유발견 선언이다.
그 첫 번째는 박정희 전(前) 대통령 1976년 연두 기자회견에서의 포항 원유발견 발표이었다. 검은 액체 병을 보이면서 우리 미래 희망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실상은 육지 시추공에 스며든 경유를 원유를 오인해 벌어진 정치적 목적이 가미된 소동이었다. 당연히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90년대 포항 영일만 해상석유 시추 성공의 계기를 제공하였다. 1998년부터 2021년 말까지 우리나라 최초 상업적 가스공급을 가능하게 한 동해 가스전 추진 계기를 마련하였다.
2005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사업참여는 두 번째 정치권 개입 논란이다. 러시아 가스의 북한 경유 방안의 하나로 사할린 유전투자가 내밀하게 검토되었다. 충분한 물량학보로 북한 경유 파이프라인 건설의 경제성 제고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계약금(620만 달러) 떼일 위험 논란으로 정치문제가 되었고, 특검 등을 거쳐 하릴없이 종결되었다. 에너지개발 부문 정치실패의 전형이랄 수 있다.
고위험ㆍ고수익 특성을 가진 석유-가스산업의 투자전략은 생산부문에서의 '규모의 경제' 구현이 필수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이 활용 가능한 지구 부존량 전체인 자원량(Resources)과 그 부존 상태가 알려지고, 경제성 있는 매장량(Reserves) 간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대왕고래 지역은 완전한 매장량 검색 이전이지만 물리탐사를 통한 추론이 가능한 가상적/투기적 자원 범주에 있다. 어중간한 회색지대에 있는 셈이다. 따라서 시추 등 경제성 평가 조치강화로 매장량으로의 전환이 긴요하다. 이것이 관련 정책의 요체이다.
우리 정부 대응정책이 점차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산업부 장관이 '대왕고래 관련 사업들이 모두 실패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5월쯤 추가 경제성 공개가 가능하다고 단언하였다. 이번 1차 시추는 경제성 불충분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나머지 6개 유망 구조의 경제성 평가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작년 우리 국회는 대왕고래 관련 예산 497억 대부분을 삭감하였다. 불명확한 경제성 때문이었다. 이에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해외민간투자 유치,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투자 '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부존자원의 공공재적 가치와 정부 개입 강화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실패와 관료 이기주의 위험도 엄존한다. 민간에 대한 공공지원 수준도 논란의 대상이다. 아직은 대안 간의 상호비교나 선택 기준들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효율적 동해 석유-가스 사업의 추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다지'라는 우리 말의 뿌리를 생각하는 것도 좋다. 조선 말기 개화기에 외국인 주된 투자처는 운산(雲山) 등지에서의 금(金) 광산이었다. 발견된 자연산 황금을 다른 사람들이 건드리지 말라는 '노-터치(No Touch)라는 언급이 '노다지'로 바뀌었다 한다. 혹시 지금 대왕고래 사업에 관여자들은 자신만의 '노다지'를 키우는 일에 몰두하지 않는가? 이런 측면에서 '성공불(成功拂) 융자'제도를 활용한 자원개발 성과의 엄정한 평가'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성공불 융자는 자원개발과 같은 투자위험이 큰 사업에 대해 정부가 필요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 금융과 달리 사업이 실패하면 상환의무를 면제한다, 물론 성공하면 원리금에다 특별 부담금을 추가로 징수한다. 우리 정부는 에너지 자원 안정확보 차원에서 1984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였다. 탐사·시추비를 대상으로 하며, 15년 이내(거치 포함), 탐사사업비의 80% 이내(석유공사는 100%)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성공불 융자 대상선정의 도덕적 해이 및 특별 부담금의 과소 징수 등에 대한 비판이 지속 되었다. 당연히 보완 필요성은 지속 제기되었다.
따라서 이번 대왕고래 사업은 우리 에너지-자원 독자 개발능력에 대한 중요한 평가 계기이다. 안전공급을 대가로 성공불 융자 등 국민부담을 강요하고, 집단 이기주의 대책수용을 강요하는 정책실패 방지책이 도출되어야 한다. 이참에 신재생 에너지사업과 원전사업 검증도 병행하면 더 좋다. 신재생을 '정의로운' 대안으로 강요하면서 막대한 정부 지원을 수명 기간 내내 지속 강요하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보완이 바로 그것이다. 원전의 경우 단기 발전원가의 이점만을 강조하면서 비싼 건설단가, 지금 계산이 불가능한 핵연료처리비용, 기술자립의 한계에 따른 대외 종속비용 등에 대한 전-후방 분석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 판에 우리 국회는 '전력망 확충법', '고준위 방폐장 법', '해상풍력 특별법'을 제정하여 국민부담을 합리화하고자 한다, 정치권 조치가 모든 것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에너지 안보 정책의 한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관련 전문가로 편하게만 지내온 필자의 어눌한 부끄러움은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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