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전 상무 주주 제안 등 움직임 없어
주주환원 늘리자 주주제안 부추길 동력 상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서는 ‘표 대결’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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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철완 전 상무
올해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4년간 어려운 환경에서도 주주환원 약속을 유지한 결과 박철완 전 상무가 일으킨 경영권 분쟁이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 최근 3년 동안 주주환원율 40% 이상 유지
26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3월 정기 주총에 상정할 안건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이사회가 정한 안건만 정기 주총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까지 박 전 상무와 그의 우군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움직임을 기다렸으나 이들이 주주제안 가능 시일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부터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의 10~15%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소각에 나선다. 배당성향도 기존의 20~25%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향후 3년 동안 자기주식 매입·소각과 배당을 통해 당기순이익의 최대 4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3년 동안 40% 이상의 주주환원율을 유지해오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목표치는 아니다. 실제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 43.7%, 2022년 42.5%, 2023년 41.7%로 주주환원율 40% 이상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국내 화학 산업이 불황에 접어들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주주환원 정책만큼은 이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금호석유화학의 이 같은 정책에 박 전 상무 측이 주주 제안을 추진할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어야 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데, 회사 측의 주주환원 정책 유지 결정으로 표심 공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 전 상무는 지난 4년간 정기 주총마다 금호석유화학에 사내이사·사외이사 추천, 배당정책 확대, 자기주식 소각 등을 제안해왔다. 표면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면에는 승계 절차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박철완 전 상무, 주총마다 표 대결 완패…소액주주 표심 얻기 포기한 듯
박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다. 그는 2021년 1월 박찬구 회장과의 특수관계를 해소해 경영권 분쟁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후 주주제안을 통해 이후 본인을 사내이사로 추천하고 배당을 확대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박찬구 회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놓고 다툰 '형제의 난'이 벌어진 지 약 10년 만에 조카의 난이 벌어진 셈이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의 발단을 2020년 5월 정기인사로 꼽고 있다. 당시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사장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지만 박 전 상무는 승진에서 제외됐다.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 입장으로서는 불편한 결과로 분석된다. 박 전 상무는 2002년 박정구 회장의 별세로 지분을 상속받았다. 이후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 오너일가 중 지분(9.51%)이 가장 많다.
경영권 분쟁이 공식화된 이후 2021년 정기주총은 박찬구 회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박찬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용퇴하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성향 확대 등을 약속한 결과다. 이후 박 전 상무는 2022년 주총에서도 주주 제안을 통해 다시 표 대결을 진행했으나 역시 패배했다.
지난해에는 행동주의펀드인 차파트너스와 손잡고 자기주식 전량 소각과 사외이사 추천 등의 주주제안에 나섰다. 정부가 상장사의 '밸류업'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해당 안건들이 소액주주들로부터 큰 찬성을 얻지 못해 역시 표 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이후 어려운 환경에서도 주주환원에 신경을 써온 점을 주주들이 이해해주시는 것 같다"며 “올해 주총에서는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