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구글, 파트너십 체결…익시오 고도화 방점
SKT·KT도 퍼플렉시티·MS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 강화
빅테크와 직접 경쟁 한계…협업 통한 경쟁력 확보 선회
협업 범위 지속 확장 가능성…글로벌 시장 공략 밑그림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가운데)과 맷 레너 구글 클라우드 글로벌 영업 총괄(왼쪽), 캐런 티오 구글 APAC 플랫폼/디바이스 파트너십 총괄이 'MWC 25'현장에서 협업을 맺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통신 3사가 인공지능(AI) 수익화에 속도를 올리기 위해 '빅테크 우군'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충분한 자금력을 가진 빅테크와 경쟁하기보단 협력을 통해 체급을 키우고, 글로벌 고지전에 뛰어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구글과 손잡고 글로벌 AI 시장 공략에 나선다.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해 자사 AI 비서 '익시오' 기능을 고도화하는 게 골자다. 멀티모달 AI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익시오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구글 클라우드의 버텍스 AI를 접목해 통화 내용과 관련이 있는 사물이나 상황, 장소 등을 바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검색 품질을 높이기 위해 익시오에 '구글 검색으로 그라운딩'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기존 제공해 오던 서비스 품질 향상과 함께 사용자를 이해하고 맞춤형 행동을 제안하는 '액셔너블 AI'로 진화한다는 전략이다.
통신 3사는 그동안 자체 솔루션 및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주력해 왔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매년 막대한 규모로 투자하는 빅테크와 직접 맞붙기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공통적으로 AI 수익화를 목표로 잡은 상황을 감안하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발맞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앞으로 보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AI 생태계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6월 미국 메타와 AI를 활용한 세로형 릴스 제작 플랫폼을 마련하는 등 마케팅 분야에서 협업해 왔다.

▲유영상 SKT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MWC 25' 현장에 차려진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SK텔레콤은 글로벌향 AI 비서 '에스터'에 미국 AI 유니콘 기업 퍼플렉시티의 검색 엔진을 탑재하는 등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한국에 최적화된 AI 검색 엔진을 공동 개발하고, 올해부터 양사 서비스 결합 형태의 사업 모델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기존 키워드 검색에서 사람과 소통하는 대화형 방식으로 검색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겠다는 목표다.
실제 SK텔레콤은 지난 2023년 앤트로픽을 시작으로 퍼플렉시티, 람다, 펭귄 솔루션스 등 글로벌 주요 AI 기업에 투자해 사업 협력을 강화해 왔다.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를 통해 멤버사들과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5개년 파트너십을 통해 GPT-4o 기반 한국어 특화 AI 모델·서비스 공동 개발 중이다. 사내 업무 영역에 MS의 AI 모델 코파일럿을 도입, 실사용 사례를 만들고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연내 경량모델 'Phi(파이) 3.5' 기반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5년 동안 누적매출 5조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3일(현지시각)부터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현장에선 MS와 공동 개발한 탄소 배출량 분석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기존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 계산 뿐 아니라 공급망의 탄소 배출량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해 2~3개월 걸리던 작업 시간을 50% 이상 단축했다.
이들은 향후 AI 동맹 범위를 확장해 글로벌 진출에 고삐를 죌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 중 북미 지역에 '에스터' 베타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 또한 해외 시장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진출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이용자 저변을 먼저 확보한 후, 글로벌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AI 비서 및 연계 서비스 개발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그동안 투자했던 비용들을 수익화로 연결하는데 신경써야 할 시점"이라며 “빅테크의 LLM이나 고도화된 기술을 내재하면서 한국어 특화 경량모델(sLM)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