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호 산업부 기자
최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에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존재감이 더욱 뚜렷해졌다. 한때 '싼 맛에 쓰는 저가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 업체들은 이제 혁신의 선두에 서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넘보고 있다. 전통 강자였던 삼성전자에게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번 MWC에서 공개된 중국 스마트폰들을 관통하는 단어는 '하드웨어 혁신'이다. 화웨이가 전시한 세계 최초 트리플 폴더블(트리폴드) 스마트폰 '메이트 XT'는 펼쳤을 때 10.2인치의 대화면을 제공하면서도 두께는 3.6mm로 얇아 휴대성과 심미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너의 '매직V3'는 펼쳤을 때 두께가 4.35mm, 접었을 때는 9.2mm로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6보다 더 얇다. 갤Z폴드6의 두께는 펼쳤을 때 5.6mm, 접었을 때 12.6mm다. 무게와 배터리 용량에서도 매직V3가 갤Z폴드6를 압도한다.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스트 팔로워'로 치부됐던 중국이 '퍼스트 무버'로 변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업체들은 이제 단순한 기술 추격자가 아니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을 이끄는 선도자로 자리 잡고 있다.
AI 스마트폰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샤오미는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최신 스마트폰 '샤오미 15' 시리즈를 공개했다. 신제품은 자체 운영체계 '하이퍼OS2'에 구글 제미나이를 기본 탑재해 AI 이미지 편집과 AI 음성 인식 등 갤럭시 AI폰과 유사한 AI 기능을 구사한다.
10년 전만 해도 MWC의 주인공은 국내 기업이었다. 삼성전자의 신제품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던 반면, 중국 업체들은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는 MWC에서 타 제조사를 압도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이제 중국의 기술 굴기를 인정하고 대응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단순한 브랜드 파워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기술 격차가 사실상 무너진 지금, 더 빠르고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경험, AI 및 생태계 구축, 새로운 폼팩터 개발이 필수적이다. 또한 중국 제조사들의 약진 속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때 중국 업체들은 '추격자'였지만, 이제는 '경쟁자'가 되었고 머지않아 '선도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스마트폰의 성장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를 위기로 볼 것인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는 이제 삼성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