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유가 하락시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석유 생산이 오히려 위축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미국 석유산업의 붐을 독려하면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구호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독립 구상과 정반대되는 결과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P글로벌 주최 연례 에너지 콘퍼런스 세라위크(CERAWeek)에 참석한 미 셰일오일 업체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스콧 셰필드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범위에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에서 수요가 정점을 찍은 와중에 미국을 제외한 다른 산유국들이 앞으로 산유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실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는 내달부터 증산 계획을 점진적으로 이행할 방침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3일 발표한 '석유시장 보고서'를 통해 올해 원유 공급 과잉 규모가 하루 60만배럴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IEA는 “미국의 새로운 관세 부과에 이어 각국의 보복 조치로 거시경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IEA는 이어 OPEC+가 예고한대로 내달부터 증산하면 과잉 공급량은 하루 40만배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미국 셰일 업계가 유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셰필드 전 CEO는 “50달러의 유가로 돈을 버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에너지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정말로 몸을 사려야 할 것이다. 직원 해고가 필요할 수 있고 유망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셰필드 전 CEO는 또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배당을 포함해 미국 기업들의 원유생산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50~55달러"라며 “50달러로는 (생산이)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 리서치 업체 엔베러스의 앤드류 길릭 전무는 “시추 기업들은 올해 유가가 70달러 위에 있을 것으로 계획하고 있었다"며 “유가가 50달러로 떨어지면 시추기들의 가동이 둔화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에너지 생산 비용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에너지컨설팅업체 라이스태드 에너지는 미국 정부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로 업계의 비용이 5~10%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셰필드 전 CEO는 “(관세 정책으로) 미국 철강사가 가격을 올리면 시추 비용이 더 늘어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성공적이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비용 증가와 유가 하락은 '드릴, 베이비, 드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추는 조합"이라고 짚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선 저유가에도 미국 석유 기업들이 시추를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FT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생산비용을 낮출 경우 저유가에도 업체들이 원유생산을 늘릴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드릴, 베이비, 드릴' 기조가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