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니] 네이버 야심작 ‘플러스 스토어’ 섬세한 취향 저격 vs 알고리즘 고도화 숙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3.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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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지난 12일 자체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했다.

네이버가 자체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하며 이(e)커머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인공지능(AI)으로 이용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저격해 맞춤형 쇼핑 경험을 선사한다는 포부다. 사실상 쿠팡 독점으로 굳어진 시장 구조를 2강 체제로 재편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한 추천'에 지루할 틈 없네…취향 파악 세심함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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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홈 화면. 관심있게 봤던 상품을 중심으로 추천 큐레이션이 구성됐다. 캡처=이태민 기자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 동안 플러스스토어 앱을 이용해 봤다. 홈 화면에 들어가자마자 야구 관련 밈(meme)을 활용한 스티커와 운동화, 무선 이어폰 케이스가 추천 상품으로 분류됐다. 기존에 검색했거나 둘러본 적이 있는 상품, 구매 내역 등을 토대로 관심있어할 만한 상품들을 추천해주는 방식이었다. 현재 구매량이나 관심도가 높은 상품을 추천하는 '트렌드 추천'도 지인의 선물을 급하게 구매할 때 유용해 보였다.


스크롤을 내릴수록 이전에 구매했던 상품가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제공될뿐 아니라 추천 범위 또한 넓어져 흥미로웠다. 특정 상품을 클릭해 화면을 이탈한 후 다시 홈 화면으로 돌아와도 추천 상품이 무한 생성돼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는 사용자의 행동을 기반으로 추천 알고리즘이 업데이트되는 구조여서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쏟아지는 상품들 속에서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 고민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쇼핑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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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사용자 맞춤 설정' 항목. 키·몸무게 등 신체사항뿐 아니라 주거 형태부터 체질, 수면 자세, 침대 사용 인원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캡처=이태민 기자

추천 알고리즘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으려면 '마이쇼핑' 탭에 있는 '맞춤 정보'를 활용하면 된다. △성별 △신체 사이즈 △피부 타입 △헤어 △리빙 △거주 환경 등 항목으로 구성됐다.




눈에 띄는 점은 △발볼 너비 △발 고민 △피부톤 △수면자세 △평소 불편 부위 △침대·베개 쿠션감 취향 △육아 특성 등으로 세분화됐다는 것이다. 탈모·여드름 등 피부질환과 식이·건강 관심사, 자녀의 알러지 여부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


키와 몸무게, 신발 사이즈만 입력하던 기존 이커머스 앱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지금까지 출시된 앱 중 이 정도로 세심하게 사용자의 취향을 물어본 앱은 없었다. 사용자의 신체조건뿐 아니라 성향 및 콤플렉스, 주변 환경까지 맞추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출근길에 주문하면 퇴근길에 수령…금요일 배송도 '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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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영양제 한 상자를 '오늘배송'으로 주문한 모습.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주문한 상품은 저녁 8시 17분 배송지로 도착했다. 캡처=이태민 기자

또 한 가지 눈길을 끌었던 건 이번에 새로 선보인 'N배송'이었다. △오늘배송 △내일배송 △일요배송 △희망일배송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특히 오전 0시(자정)부터 11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도착하는 시스템인 '오늘배송'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영양제 한 상자를 지난 14일 구매해 봤다. 통상 금요일에 주문할 경우, 주말을 거슬러 월~화요일 사이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 이날로 택했다. 결론적으로 택배는 정확히 반나절 만에 배송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오전 7시30분쯤 출근길에 상품을 구매한 뒤 3시간 뒤인 오전 10시30분 카카오톡 메시지로 배송 시작 알림을 받았다. 이어 오후 4시30분쯤 도착 예정 시각을 수신했고, 오후 8시17분 상품을 수령할 수 있었다.


네이버는 여기에 더해 주문 후 1시간 이내 상품을 배송하는 지금배송 서비스와 주 7일 배송 시스템 도입도 고려 중이다. 오늘배송의 경우 현재는 서울·경기 등 일부 지역에 한해 제공 중이지만, 향후 서비스 범위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알고리즘 고도화 보완 숙제…오늘배송 적용 범위 한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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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화면의 스크롤을 내리던 중 육아 관련 제품이 추천 알고리즘에 뜬 모습. 기자는 '자녀가 없는 1인가구'로 구성원 형태를 설정해 놓은 상태였다. 캡처=이태민 기자

향후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앱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먼저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구성원 형태를 '싱글 형태의 1인 가구'로 설정했음에도 스크롤을 내릴수록 여아 봄 신상 원피스, 아기 콧물 흡입기, 자녀 생일 답례품, 유아용 기저귀 등 육아 관련 상품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다.


자녀가 없는 입장에선 다소 당혹스러운 부분이었다. 알고리즘이 연령대에도 기반하고 있어 비슷한 나이의 사용자들이 구매한 상품도 함께 추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선 '쓰면 쓸수록 고도화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늘배송의 경우, 일부 상품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대체로 부피가 적게 나가거나 무게가 가볍고, 크기가 작은 상품에 집중된 모습이었다. 대다수는 하루 뒤 도착하는 '내일배송'이 적용돼 있었다. 이는 앱 출시 이전에도 이뤄졌단 점에서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다만 판매자가 배송일별로 품목을 자율적으로 설정하는 시스템으로, 상품 재고 및 기상상황과 같은 변수에 따라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배송 품목을 요일별로 세분화해 상품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한 데 의의를 뒀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앞으로 물류 데이터 플랫폼 등 기술력을 고도화해 직접적인 인프라 투자 없이도 사용자에게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하는 게 목표"라며 “배송 및 추천과 같은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앱 이용자가 증가할 것이고, 판매자 스토어도 성장하면서 윈윈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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