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다음 분사는 사실상 매각 수순” 주장…단식농성 돌입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3.19 15:21
Aㅁ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이 19일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포털 서비스 다음 분사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집회 현장엔 약 300명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사진=이태민 기자

카카오가 최근 포털 다음(DAUM) 분사 계획을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권고사직과 매각을 염두한 결정이란 것이다.




사측 “분사 아직 확정 안 돼"…엔터프·모빌리티 사례 살펴보면 '글쎄'

ㄴㄴ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이 19일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포털 서비스 다음 분사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집회 현장엔 약 300명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사진=이태민 기자

카카오 노동조합인 전국화섬식품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IT밸리에 위치한 카카오 아지트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콘텐츠 사내독립기업(CIC) 분사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와 함께 오는 26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임금및단체협상(임단협)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일괄 결렬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13일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콘텐츠CIC 직원들에게 분사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합병한 지 11년 만이다.



사측은 공시를 통해 “그룹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음의 경쟁력 강화와 신속하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는 분사 계획에 대해서만 공유된 단계로,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향후 매각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가 현재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을 제외한 비핵심 사업 부문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144개에서 122개로 줄었다.




그동안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후 지분 매각을 추진했던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다음 매각설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017년 분사한 카카오모빌리티와 2019년 분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대표적이다.


이 중 카카오엔터프의 경우, 2019년 설립 이후 한 번도 영업이익을 기록하지 못하며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이 사이 수 차례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임직원 수가 1200명에서 500명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무분별한 사업 확장 부담과 피해가 직원들의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본 해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분사·매각의 형태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치문 카카오엔터프 노동조합원은 “본사에서 제공하는 복지가 분사 이후엔 쟁취 대상이 됐고, 임금 인상·성과급 또한 본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며 “3년 내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회사 상황은 더 어려워졌고, 일부 리더들은 본사로 돌아갔지만 직원들은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을 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분사 시 800~1000명 고용불안 우려 고조…임단협도 교착상태

ㅇㅇ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이 19일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포털 서비스 다음 분사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서승욱 지회장이 사옥 내부에 천막을 설치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사진=이태민 기자

특히 분사가 추진될 경우, 적지 않은 직원들이 고용불안에 직면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다음 서비스 관련 인력은 300명이 넘고, 유관업무 담당자와 계열 법인 내 직접 관련 대상자를 포함하면 최소 800명 이상이다. 간접적인 업무 관련 담당자들을 포함하면 약 1000명 정도인데, 콘텐츠CIC 소속 직원들을 제외하면 선택권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주로 근무하는 제주 지역에서의 사업 철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서승욱 지회장은 “경영진이 콘텐츠CIC 분사를 발표하며 지분 매각도 감안하고 있다고 밝혔기에 이번 결정은 사실상 매각과 다를 바 없다"며 “회사는 대부분 계열사의 분사와 매각을 사모펀드를 통해 진행했다. 그렇기에 어떤 방식으로도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단협 교착상태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현재 11개 법인에서 임금교섭을 진행 중인 가운데 사측이 성과급 교섭을 거부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성과급 규모조차 공개하지 않고, 정보공개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급키도 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지난해 200여명 가까이 희망퇴직을 단행한 카카오VX의 경우 최근 또 추가적인 권고사직과 전 직원 연봉 동결을 통보했다고도 밝혔다. 올해 연봉 동결을 제시한 건 공동체 중 최초인데, 이후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카카오가 판교IT밸리에서 가장 먼저 교섭이 체결되는 기업이었음을 감안하면, 정신아 대표 취임 이후 노사 협상 기조가 바뀐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도 진통을 겪었다. 임금협상에 대한 노사 입장차가 조율되지 않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지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며 노사갈등이 장기화됐다. 지난해 11월 주1회 재택근무 등 내용이 담긴 잠정 합의안이 통과되며 일단락됐다.


카카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2023년 1억100만원에서 2024년 1억200만원으로 100만원 인상됐다. 임원 보수액이 20~30억원대를 상회하는 반면, 직원들의 평균 보수액은 소폭 상승에 그친 모습이다.


서 지회장은 “지난해 포털업계 보수 1위는 홍은택 카카오 전 대표로 30억원이 넘는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전 대표는 상반기에만 22억원을 수령했다"며 “경영진은 '회사의 위기'를 교섭 장기화의 이유로 말하지만, 그 위기가 모두의 위기인지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정기 주총 전까지 내부 농성을 진행한 후, 사측으로부터 답변이 없을 경우 9개 법인의 임단협을 일괄 결렬, 대규모 단체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서 지회장은 사옥 3층에 천막을 설치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 측은 “콘텐츠CIC 분사는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 단계로, 분사 법인으로의 이동에 대한 선택권은 각 크루에게 있다"며 “개별 크루의 의사를 존중할 것이며, 앞으로도 크루유니언을 포함한 임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태민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