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풍의 의결권행사허용 가처분 기각
영풍 의결권 25.4% 제외하면 MBK 열세
본안 소송 이어져 분쟁 장기화 가능성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영풍이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보유한 지분 25.4%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27일 영풍이 제기한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을 기각했다.
◇최대 쟁점 '상호주 관계'…이번에는 고려아연 손 들어줘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최대 쟁점은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는지 여부였다.
고려아연은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 바로 전날 호주 손자회사인 유한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주식 10.3%를 취득해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근거로 임시 주총에서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상법에서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상호주 제한 규정을 활용한 것이다.
영풍은 이에 반발해 임시주총이 끝난 뒤 법원에 해당 주총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7일 상호주 규정이 주식회사에 적용된다고 판단해 영풍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고려아연은 지난 12일 SMC의 모회사이자 고려아연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썬메탈홀딩스(SMH)가 SMC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아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 방식으로 상호출자 고리를 변경했다.
SMH는 호주에서 아연 제련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관리하는 지주회사다. SMH는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완전 자회사이며, SM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형성돼 영풍의 의결권이 여전히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영풍은 1월 임시 주총 때와 달리 정기 주총 개최 이전에 법원에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가처분이 결국 기각되면서 상법상 상호주 관계에 따라 의결권을 제한받게 됐다.
◇최윤범 회장 이사회 장기간 방어 가능성 높아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계속해서 이사회 주도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MBK파트너스가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이 최 회장 및 그 우군보다 적기 때문이다. 실제 최 회장 측은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도 영풍 의결권 제한을 통해 상정한 핵심 안건을 모두 통과시킨 바 있다.
이로써 28일 정기 주총에서는 회 회장 측이 핵심 안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정기 주총에서는 이사 수 상한 설정 및 분리선출 가능한 감사위원 수 설정을 포함한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최대 17인) 등 의안을 표결한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이사 수 상한을 설정하고 자신이 추천한 이사를 최대한 선임해 놓으면 오랫동안 MBK·영풍 측에 맞서 이사회를 방어해낼 수 있다.
정기 주총 이후에는 MBK·영풍 측이 주총 결과에 불복해 본안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자연스레 장기전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최종적인 결정을 받기까지 2~3년이 경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이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MBK·영풍 측에 악재가 적지 않다. 최근 MBK가 피인수한 홈플러스가 돌연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후 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해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광일 MBK 회장을 긴급 현안 질의 증인으로 소환하려고 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풍도 최근 2년 동안 적자를 기록하는 등 본업이 악화된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최 회장 측과 지속적인 여론전을 벌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때문에 MBK·영풍 측이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을 끝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 1월 임시 주총 이후 최 회장이 한 차례 화해를 제안하기도 한 상황이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양자가 화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은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 본안 소송 등이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향후 MBK·영풍 측이 분쟁을 장기적으로 지속하기에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