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바(사진=로이터/연합)
국제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전쟁이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안전자산 수요를 높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 인도분 국제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114.3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값은 지난 14일 사상 처음으로 3000달러선을 돌파하더니 2주만에 3100달러선도 넘어선 것이다.
대표 안전자산인 금의 분기별 상승률은 이날까지 17%에 달했는데 이는 1986년 이후 가장 큰 폭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 외국산 자동차 25% 관세를 발표한 것과 오는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를 예고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e토로의 브렛 켄월 분석가는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 유지되는 와중에 경제가 눈에 띄게 둔화하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지만 이 위험이 상승할 경우 투자심리가 추가로 짓눌릴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특히 이날 줄줄이 공개된 경기 지표들이 금값 상승을 부추겼다.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2월 근원 PCE 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전달 대비 각각 2.8%, 0.4% 올라 전문가 예상을 웃돌았다. 근원 PCE 가격지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핵심 인플레이션 지표다.
소비자 심리도 악화했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3월 소비자 심리지수 확정치는 57.0으로 지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3개월 연속 하락세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인 5.0%까지 상승했다. 5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2월 3.5%에서 3월 4.1%로 올라갔다.
미국 경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심리가 지속적으로 약화하는 가운데 물가는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의 지표라는 점에서 시장 우려는 더욱 커졌다.
미국 자산운용사 반에크의 데이비드 샤슬러 다자산 솔루션 총괄은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경기침체 리스크는 매일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18~24개월 이내 금값이 최대 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리나 토마스와 댄 스트루벤 등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올 연말까지 금 시세가 33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 지난달 전망치인 3100달러에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을 이유로 금값 전망치를 이같이 상향 조정했는데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수요마저 강할 경우 올 연말 금값이 368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까지 금 ETF에 120억달러가 유입됐는데 이는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다.
다만 금값이 최근에 빠른 속도로 오른 만큼 현재 가격대가 단기적 고점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귀금속 매체 킷코에 따르면 포렉스닷컴의 제임스 스탠리 선임 전략가는 “지금까지는 정말 인상적인 상승세였고 현 시점에서 큰 추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가격이 공격적으로 급등한 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조정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톤엑스 그룹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애널리스트는 수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으로 3100달러대의 금값이 고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주식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금 롱포지션을 청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시세가 300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추가 하락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