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메모리 패권] ‘시장과 기술 다 가진’ 中의 반도체 야망, 삼성 발목을 잡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4.03 15:58

[격동의 메모리 패권] ③중국의 ‘추격전’

중국 기업들 가격경쟁력으로 시장 잠식

CXMT·YMTC 등 기술력도 빠르게 향상

미국 규제도 문제…시안 공장 성장 제한

믿었던 CHIPS법 보조금도 불확실성 증가

CXMT의 LPDDR5 제품 사진

▲중국 CXMT의 LPDDR5 제품 사진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장악해온 메모리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밀린 데 이어, DRAM과 낸드 분야에서도 전통적인 경쟁력을 압박하는 세력들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자국화 전략과 미국의 대중 규제라는 이중 압박은 삼성의 기술력만으로 방어하기 어려운 구조적 도전으로 다가온다.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추격하는 중국

3알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삼성의 '텃밭'에 실질적인 균열을 내고 있다. 특히 DRAM의 CXMT와 낸드플래시의 YMTC는 생산 능력, 기술, 가격경쟁력 삼박자를 갖추며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CXMT는 2025년 현재 월 16만 장 수준의 12인치 웨이퍼 DRAM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글로벌 생산능력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아직 시장 점유율은 5% 내외에 그치지만 물량 확대에 따라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16나노 기반의 DDR5 제품까지 양산하면서, 기존 DDR4·LPDDR4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YMTC는 최근 294층 적층 구조의 5세대 3D NAND 플래시 출하에 돌입했다. 자사의 핵심 기술인 Xtacking 구조를 바탕으로 232단 낸드 기술을 상용화한 데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적층 기술로 평가되는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경쟁사 대비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에서 이들 기업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탈삼성'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CXMT와 YMTC의 제품은 삼성·SK 제품 대비 10~20%가량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으며, 정부가 지원하는 국산화 확대 정책과 결합되면서 B2B 납품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공공·산업용 서버 메모리 시장에서 YMTC 점유율이 30%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시안 공장을 겨누는 미국의 규제

중국의 추격과 함께 삼성에게 더욱 복잡한 변수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다.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은 전체 낸드 생산의 약 28%를 담당하는 글로벌 핵심 거점이지만, 미국 상무부의 규제 정책에 따라 공정 전환과 장비 반입이 제한되고 있다.


2024년 미국은 삼성과 SK하이닉스에 대해 장비 수출 유예 조치를 일시적으로 연장했지만, EUV, 식각, 증착 장비 등 첨단 공정 설비에 대한 반입은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안 공장은 신규 라인 증설은 물론, 기술 업그레이드 속도에서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구조적으로 '미래 대응력'이 떨어지는 공장이 된 셈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최근 CHIPS법 관련 지원금 지급을 두고 조건 재검토에 들어갔다.


당초 삼성전자가 받을 예정이던 최대 64억 달러의 보조금은 2024년 말 기준 47억 달러 수준으로 조정됐으며, 2025년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법안의 전면 재협상 방침을 내세우면서 지급 자체도 유동적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의 글로벌 생산전략이 정치 환경에 따라 직접 영향을 받고 있는 대표 사례다.


구조 전환기, 기술만으론 안 되는 시대

물론 삼성전자는 여전히 DRAM, 낸드, HBM 등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보다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만들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묻는 중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내걸도 정진하며 현재 자급률은 약 25% 수준까지 끌어 올린 것으로 조사된다. 정부 주도의 조달·보조·시장통제 수단을 통해 사실상의 자국 중심 공급망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미국은 CHIPS법, IRA 등을 통해 자국 내 생산 유치와 동맹 중심 공급망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양국 모두 '중립' 혹은 '회색지대'를 인정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삼성의 전략은 전환이 불가피하다.


시안 공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미국·인도·동남아 중심의 글로벌 생산망 재편에 나셔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지정학과 외교, 산업 전략에 맞춘 생산 구조와 고객 파트너십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한 반도체 관계자는 “지금은 기술이 아닌 시스템을 설계하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한다"며 “삼성은 '기술 중심의 제조사'에서 '공급망 중심의 전략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끝]



강현창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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