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중국 '관세 폭탄'에 대응해 중국이 발표한 '맞불 관세'가 10일 발효됐다.
중국 정부는 이날 낮 12시 1분(현지시간)을 기점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8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 기준 시간 이전에 선적된 화물의 경우 5월 14일 0시 이전에 수입되면 추가 관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34%의 대미 보복관세로 맞섰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높이자 중국은 “끝까지 싸우겠다"며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84%로 높였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한 반면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올렸다. 다만 대중 관세율을 더 올릴 계획을 묻는 질문에 “더 이상 올릴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렇듯 트럼프발(發) 글로벌 관세전쟁이 미중 '치킨 게임'의 격화 양상으로 바뀌는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46조달러에 이르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서로 단절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에 우려하고 있다.
중국 경제 전문 리서치업체 게이브컬 드라고노믹스의 아서 크로버 파트너는 “미국과 중국은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어 대규모 협상에 대한 환상은 접어두어도 된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두 개의 블록으로 갈라지면서 양국 간 상품 교역이 최대 80%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사실상 중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렉 시저스는 “중국과 어느 정도의 디커플링을 원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려이 중국과의 역학 관계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을 그 어느 때보다 디커플링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커플링에서 벗어나는 것은 거의 우연에 가까워졌다"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린 결국 디커플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의 디커플링은 세계 경제 전체에 중대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재닛 옐런 전 재무장관은 2023년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세계 최대의 두 경제대국을 디커플링하는 것은 두 나라에 재앙적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모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만큼 양국 간 합의 소식이 빠른 시일 내 나오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합의하고 싶어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뿐"이라며 “시진핑 주석은 자존심이 강한 남자다"라고 말했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도 지난 8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협상 지렛대를 갖고 있는 쪽은 미국이고 이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들(중국)이 양보하면서 데탕트(긴장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7일 “미국의 무차별적인 관세는 중국에 충격을 주겠지만, 하늘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고 10일엔 “미국의 경제적 괴롭힘 행위에 대해 강력한 대응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더 나아가 '맞대응 6대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추가 관세 발효로 양국의 경제 피해가 곧 가시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상승하거나 고용이 감소하기 시작할 때를 협상 적기로 보고 기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