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계열사 팝니다”… 다이어트로 빙하기 버티는 ‘공룡’ 카카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4.14 15:49

카카오엔터·VX 등 골프·포털·엔터·모빌리티 매각설

실적 부진·사법 이슈 있는 기업 정리하는 수순 의혹

조직 슬림화 기조에 “고용불안" 거론 내부서도 술렁

플랫폼 옥석가리기 분위기 스타트업 투심에도 영향

과거 문어발 확장으로 눈총을 샀던 카카오가 '군살빼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인공지능(AI)·카카오톡 중심 체질개선을 이뤄낸다는 전략이다. 내부 진통이 여전한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실적·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와 고용불안 상승·스타트업 투자 기조 약화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골프·포털·엔터·모빌리티 매각설…종속기업 청산 움직임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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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계열사 분사·매각 검토 현황. 그래픽=김베티 기자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VX·콘텐츠 사내독립기업(CIC)에 이어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모빌리티가 매각설에 휩싸였다. 카카오엔터가 주요 주주에게 서한을 보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사측은 즉각 공시를 통해 “확정된 바 없다"고 일축했지만 내부 동요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동안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후 지분 매각을 추진했던 사례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조직 슬림화 기조가 뚜렷해진 점도 계열사 분사·매각설에 힘을 싣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2023년 5월 147개에서 지난 2월 기준 116개로 2년새 약 21%가량 감소했다. 앞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VX는 연내 매각을 공식화한 상태다. 모빌리티·헬스케어 또한 사모펀드로의 지분 매각을 통한 경영권 인수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엔터의 경우 최근까지도 종속기업을 줄여왔다. 카카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크래들스튜디오(드라마 제작사) △크로스픽쳐스 및 해외법인(드라마·영화 제작사) △카카오IX 중국·홍콩법인(캐릭터 사업) △상하이레디엔터(중국 광고모델 에이전시 법인) 등을 청산한 것으로 확인된다.




공통점은 '실적 부진·사법 이슈'…사업 역량 집중·리스크 해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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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실적 부진이 길었거나 사법리스크에 휘말려 있다는 것이다. 엔터·모빌리티의 경우 대규모 외부투자를 여러 건 받아온 만큼 투자금 회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시도했지만 시장 침체 등 이유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범수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에 휘말리며 대형 인수합병(M&A)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모빌리티 또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콜 몰아주기 논란 등으로 공정위 과징금과 금융당국 조사를 받으며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카카오VX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골프 인기가 급감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해 매출 1241억원·영업손실 13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헬스케어는 매출 119억원·영업손실 349억원을 기록했다. 다음이 포함된 포털비즈 또한 성과 부진이 아쉬움으로 꼽혀 왔던 사업부문이다.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4240억원에서 2023년 3440억원, 2024년 3320억원으로 3년새 21.7% 줄었다.


결과적으로 몸집 줄이기를 통해 핵심 자원을 모으는 한편 '문어발 확장' 오명과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무리한 확장으로 플랫폼 기업이라는 정체성과 연관이 적은 사업들이 많아지면서 AI 등 첨단 산업 역량이 뒤처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재무 개선 기대…고용불안 상승·스타트업 투심 감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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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이 지난달 19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옥 앞에서 다음(DAUM) 분사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사진=이태민 기자

통상 계열사 정리는 경영효율화를 위한 조치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어낼 것이란 기대감이 없지 않다. 상반기까지는 콘텐츠 자회사 위주로 실적 부진이 예상되지만, AI 서비스 출시 이후 카카오톡 트래픽 개선 여부에 따라 매출 성장이 이뤄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신은정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픈AI와의 공동 서비스를 통해 카카오 생태계를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서비스 방향성이 가시화되지 않은 만큼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건강한 변화를 지켜봐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다만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확대됨에 따라 노사갈등이 심화할 우려는 더 커졌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인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성명을 통해 계열사의 사모펀드 매각 가능성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사모펀드에 사업을 매각하는 건 경영쇄신과 정반대 방향"이라며 이달 중 단체 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벤처투자업계에서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옥석 가리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플랫폼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확장성으로 성장성이 높아 투자심리가 비교적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성장 한계와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심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중심축이 성장성에서 수익 안정·투명성으로 옮겨간 것도 한몫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향후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 의사결정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평가·실사 과정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며 “다른 한편으론 단단한 사업 기반 없이 매개자 역할로 머무르면서 수익성이 저조한 상황에 또 다른 투자금을 유치해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오던 기업들에 대한 불실 우려 해소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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