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남양주시립도서관, 문화 설계하고 일상을 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4.14 21:16
주광덕 남양주시장 2024년 9월 정약용도서관에서 AI 기반 실감형 디지털북 체험

▲주광덕 남양주시장 2024년 9월 정약용도서관에서 AI 기반 실감형 디지털북 체험. 제공=남양주시

남양주=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일본 규슈 지방 사가현에 있는 다케오시는 인구 5만명 남짓한 소도시다. 그런데 이 작은 시골 마을이 연간 100만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관광지로 떠올랐다. 그 변화 중심에는 도서관이 있다.




다케오시립도서관은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이색 도서관'이란 입소문을 타고 도서관 관광의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곳이 처음부터 사랑을 한몸에 받지는 않았다. 지난 2000년 개관 당시만 해도 다케오시립도서관은 책을 좋아하는 소수 주민만 찾는 평범한 동네 도서관에 불과했다.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현 세태 속에 도서관이 살아남을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다케오시립도서관 부흥은 시작됐다. 먼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서관과 서점, 멀티미디어 이용관, 카페 등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개방형 서가를 확대하고, 젊은 층을 겨냥해 스타벅스를 유치하는 등 '도서관은 정숙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결국, 다케오시립도서관은 2013년 리모델링 이후 연간 방문객이 25만에서 100만으로 4배 증가하는 혁신을 이뤄냈다.


◆ 주광덕 남양주시장 “경험 나누는 삶의 플랫폼으로 진화"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제공=남양주시

대한민국 최근 성인 독서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성인의 종합독서율(최근 1년 내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중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비율)은 43.0%로, 10년 전인 2013년(72.2%)에 비해 30%p 가까이 감소했다.




또한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3.9권으로 2년 전보다 0.6권 줄었고, 성인의 최근 1년간 도서관 이용 경험률은 14.3%, 독서자 기준으로 보면 33.3%였다. 달리 말해 이는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셈인데, '책을 읽지 않는 어른'에게 책과 관련된 긍정적인 경험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남양주시는 도서관 역할을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에서 '지역 문화와 지식을 공유하고 창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14일 “도서관은 이제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시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경험하고 지식을 나누는 삶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남양주 도서관은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고, 새로운 생각과 배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열린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시민의 삶 가까이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 다산 정약용 선생 철학 오롯이 담은 '정약용도서관'

남양주시 정약용도서관 종합자료실

▲남양주시 정약용도서관 종합자료실. 제공=남양주시

지난 2020년 개관한 정약용도서관은 경기북부 최대 규모이자 전국에서 8번째로 큰 공공도서관이다. 현재 약 20만2000권 장서를 보유하고 약 14만6000종 전자자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남양주시 대표 지식 허브로 자리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중앙도서관과 예테보리 도서관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이 도서관은 개방형 구조와 자연채광을 통해 차별화된 공간으로 조성됐으며 공공건축물로서 사회적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내부 문화공간은 △컨퍼런스룸 △공연장 △세미나실 △개방형 자료실 등으로 구성됐다. 1층 로비에선 계절별 행사 도서를 전시하고, 2층에선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추천한 테마 도서 코너를 운영한다.


남양주시 정약용도서관 전경

▲남양주시 정약용도서관 전경. 제공=남양주시

정약용도서관 중심에는 '커뮤니티 스텝'이 있다. 이 공간은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개방형 구조로 조성돼 시민이 자유롭게 모이고 휴식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대형 디스플레이 '미디어월'에선 다양한 시각 콘텐츠가 상영되며, 올해 1월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기념 영상이 시민의 큰 관심을 끌었다.


남양주시 정약용도서관 커뮤니티 스텝

▲남양주시 정약용도서관 커뮤니티 스텝. 제공=남양주시

특히 2층 '정약용 아카이브'는 주제별 북큐레이션과 저서를 직접 필사해 보는 체험 코너 등을 통해 다산 정약용 사상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달부터는 남양주시립박물관-실학박물관과 연계한 유물 전시도 예정돼 있다.


이와 함께 '어린이 인문학 서원', '나를 채우는 인문학' 등 세대별 맞춤 문화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작년에는 '도심 속 민물고기', '태양 왕 수바' 등 전시도 호응을 얻었다.


작년 방문자는 61만여명, 도서 대출은 40만3000여권으로, 일 평균 약 1900명이 도서관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정약용도서관은 전시, 강연, 북토크 등을 통해 시민 누구나 책과 문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 음악과 영상, 그리고 예술…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

남양주시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 계단형 로비

▲남양주시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 계단형 로비. 제공=남양주시

남양주시는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 정신을 계승하고자 지난 2021년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이하 이석영도서관)'을 건립했다.


올해 개관 4주년을 맞은 이석영도서관은 '시민 독서문화 증진'과 '문화예술-미디어 정보 제공'이란 미션 아래 청소년 중심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서 6만5000권과 다양한 정기간행물 등을 보유한 이 도서관은 1~2층을 개방형 구조로 설계해 시각적 개방감은 물론 계단형 관람석을 통해 독서와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제공한다.


남양주시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 2024년 11월 '레이블석영 2024' 음원 쇼케이스 개최

▲남양주시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 2024년 11월 '레이블석영 2024' 음원 쇼케이스 개최. 제공=남양주시

작년에는 시민 44만이 도서관을 찾았으며, 이는 2023년 대비 약 5만명 증가한 수치다. 도서 대출도 전년보다 1만권 늘어난 15만권을 기록하며 활발한 이용이 이어지고 있다.


'뉴미디어 도서관'이란 이름에 걸맞게 이석영도서관은 연령별 독서문화 프로그램뿐 아니라 예술과 미디어를 융합한 다양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방학 기간에는 △석영학당&석영마당 △그림책 작가와 만남 △뮤지컬 상연 △감성 브이로거(영상편집 강좌) 등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었으며, 정기 프로그램으로는 △월간독서 △월간명화 △석영시네마 △그림책 원화 전시 △관-세(洗)-페 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남양주시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 2024년 8월 크로스오버 그룹 '에스페로' 초청해 클래식 콘서트 '관-세-페' 진행

▲남양주시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 2024년 8월 크로스오버 그룹 '에스페로' 초청해 클래식 콘서트 '관-세-페' 진행. 제공=남양주시

이 중 관-세-페는 도서관 로비의 계단형 관람석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공연으로, '도서관에서 만나는 뜻밖의 음악 선물, 마음을 씻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총 6377명이 공연을 관람했으며, 올해는 음향-영상 장비와 특수조명을 강화해 한층 더 생생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2024 레이블 석영'은 청년 예술인 7명을 선발해 음원 발매를 위한 교육, 공연, 멘토링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로, 자작곡 멘토링부터 실습, 버스킹까지 체계적으로 진행되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


올해도 이석영도서관은 도서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청소년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 갈 계획이다.


◆ 도서관, 지역별 특성 담다…공공도서관 특화사업 전개

남양주시 와부도서관 메이커 스페이스 '상상공작소'

▲남양주시 와부도서관 메이커 스페이스 '상상공작소'. 제공=남양주시

총 13개 도서관을 운영 중인 남양주시는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며 도서관의 새로운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먼저 '와부도서관'과 '오남도서관'은 창작과 제작을 강조하는 공간으로 메이커 스페이스 상상공작소(와부)와 연령별 맞춤 프로그램(오남) 등 미래형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화도도서관'과 '호평도서관'은 디지털 역량과 독서 활동을 연계한 어린이 중심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자연 친화적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진접푸른숲도서관'은 도서관 인근 숲을 활용해 계절별 생태 교육을 실시하고, '진접도서관'은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 학습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독서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진건도서관'은 지역 역사 자원을 활용한 탐방형 교육을 통해 지역 정체성을 키워가고 있다.


주광덕 남양주시장 올해 2월 정약용도서관 1층 휴먼북라이브러리에서 열린 '2025년 남양주시 평생교육협의회' 회의 주재

▲주광덕 남양주시장 올해 2월 정약용도서관 1층 휴먼북라이브러리에서 열린 '2025년 남양주시 평생교육협의회' 회의 주재. 제공=남양주시

아울러 '별내도서관'은 과학을 주제로 특화 강연을 운영하며, '별빛도서관'은 남양주시를 특화한 도서관으로 시민 감수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퇴계원도서관'은 전통문화와 정약용 사상을 주제로 하는 체험형 교육을 진행 중이다.


다문화 특화사업을 운영하는 '평내도서관'은 다문화 가족 간 소통과 정체성 함양을 위한 언어 및 문화교육, 가족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포용과 다양성을 실현하고 있다.


이처럼 남양주시는 도서관을 단순한 지식 공간을 넘어 일상 속 문화와 소통의 거점으로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남양주 도서관은 시민이 찾고 머무는 열린 문화 공간으로, 지역 문화의 거점 역할을 이어갈 예정이다. 결국 종착점은 다케오시립도서관과 닮아지다가 어느 순간 뛰어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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