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FP/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활절을 맞이해 30시간 동안의 휴전을 발표했다. 종전 중재 역할에서 손을 떼겠다는 미국의 경고 하루 만에 나왔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우크라이나는 휴전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휴전이 이날 오후 6시(모스크바 시간 기준)부터 21일 0시까지 휴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휴전 기간 동안 모든 작전이 중단되기를 명령한다. 우크라이나 측도 우리의 본보기를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동시에 우리 군은 휴전 위반이나 적의 도발, 어떤 형태의 공격적인 행동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부활절 휴전은 평화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준비성을 보여줄 것"이라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휴전 명령은 미국의 경고 하루 만에 나왔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이내에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 타결을 취임 후 첫 100일의 성과로 부각시키려고 하고 있다.
취임 직후에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톱 다운' 협상에 나서면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 중단을 위협해 30일간 조건 없는 휴전안에 대한 동의를 받아냈지만 정작 러시아의 반대로 에너지 시설에 대한 부분 휴전만 성사됐고,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에 미사일을 날려 민간인 35명이 사망했다.
이렇듯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자 미국 측은 중재 역할에서 발을 빼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우리는 빨리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며 “어떠한 이유로 두 당사국(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한 쪽이 상황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면 우리는 '당신은 바보다. 우리는 (더 이상의 중재 노력을) 사양하겠다'고 말하겠지만 그렇게 할 필요가 없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미국이 중재 역할에서 물러나겠다고 경고했다. 루비오 장관은 “우리는 몇 주, 몇 달 동안 이 노력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며칠 내로 이 문제(휴전)가 가능한지 판단해야 한다. 불가능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여기서 끝'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여러 차례 휴전 이행 의사를 밝힌 점을 고려하면, 결국 휴전 이행을 꺼리던 러시아가 미국 측의 잇따른 경고성 발언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이 변심한다면 종전 협상을 계기로 서방 제재를 해제하려던 러시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 발표에 회의적 반응을 내놓으면서 휴전 연장을 역제안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휴전 개시 이후인 이날 오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서 “완전한 휴전이 유지된다면, 우크라이나는 휴전을 부활절인 20일 이후로 연장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30시간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기엔 충분하겠지만, 진정한 신뢰 구축 조치를 위해서는 부족하다"면서 “30일이 평화를 시도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중재안을 이행할 것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2023년 1월에도 러시아 정교회 크리스마스를 맞아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에 36시간 동안의 일방적인 휴전을 명령한 바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시간 벌기 용도라며 실제 교전 중단에 응하지는 않았다.
한편, 양측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중재로 전쟁포로 246명씩을 교환했다고 각각 발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중상으로 응급 치료가 필요한 포로 31명도 추가로 돌려받아 총 277명이 귀환했다.
러시아군 중상 포로 15명도 추가로 송환돼 이날 양측이 교환한 전쟁포로는 총 538명으로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