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e+ 삶의 질] “품위있는 죽음 돌보는 호스피스…인식개선·지원확대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4.20 14:43

■ [인터뷰]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 김현경 파트장

말기암 환자 삶의 질 향상 전문간호사로 13년간 근무

환자와 가족 신체·정서관리, 지역사회 홍보·교육까지

복지부장관 표창받아…“호스피스전문기관 협력강화"

김현경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 파트장

▲김현경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 파트장이 센터 활동과 호스피스 돌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인천성모병원

“인식 개선이 많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호스피스(hospice) 병동'이라고 하면 '거기 죽으러 가는데 아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마지막까지 잘 살기 위해, 품위 있는 죽음을 잘 준비하기 위해 이용하는 곳이라는 인식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 김현경 파트장(48·간호사)은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호스피스 돌봄은 병의 완치를 도울 수 없지만 말기질환 환자에게 나타나는 통증과 증상들을 적극 조절해 환자의 남은 생을 덜 힘들고 평안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호스피스는 죽음이 가까운 환자를 입원시켜 위안과 안락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특수병원을 의미한다. 말기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치료를 하며, 심리적·종교적으로 도움을 주어 '인간다운 마지막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다.



또한,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봉사활동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시설이나 인력의 부족이 심각하고, 호스피스의 국민 인식이 부족하다.


김 파트장은 “유관기관과 협력해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보다 많은 국민에게 닿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김 파트장은 최근 열린 '제18회 암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지역사회 말기 암환자 돌봄 인식개선을 위해 창의적인 교육·홍보 사업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 2013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개소 때부터 호스피스 전문간호사로 활동하며 말기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현재 권역별호스피스센터 운영을 총괄하며 호스피스전문기관 지원과 교육으로 의료 서비스 질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 파트장은 “처음 시작부터 대단한 포부와 각오 내지는 사명감으로 시작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병동 간호사로 근무하며 말기환자와 가족의 신체적 돌봄뿐 아니라 심리·정서적, 영적 등 그들의 수많은 고통과 필요성을 접하게 되면서 이 일에 무게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고 밝혔다.


그때 병동 수간호사 선생의 권유로 대학원(호스피스 전공)을 진행하게 됐다면서 스스로 역량 강화 및 대상자와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전문간호사 과정을 선택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 10개소의 '권역별호스피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는 2019년 1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아 인천과 경기북부(고양·파주·의정부시)를 관장하고 있다.


김현경 제18회 암예방의날 기념식 보건복지부장관표창

▲김현경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 파트장은 최근 열린 제18회 암예방의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장관표창을 받았다. 사진=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는 호스피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수준 높은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고, 호스피스 전문기관들에 관한 사업지원을 통해 권역 내 호스피스 서비스의 체계적인 제공 및 질 향상을 도모합니다. 또한, 지역거점기관으로서 권역 내 의료기관 호스피스사업의 이해를 높여 호스피스 전문기관 진입을 촉진함과 동시에 지역주민 및 의료진의 호스피스 및 생애말기돌봄 인식을 제고하고 긍정적 태도 함양을 유도하기 위해 홍보 및 지역사회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김 파트장은 매년 5월 암성 통증과 관련한 통증캠페인, 10월 호스피스의 날을 기념하는 호스피스전문기관 연합 캠페인 등 지역사회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홍보·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2020년 '인천광역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웰다잉(Well-dying) 문화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데도 참여했다.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입원형 △가정형 △자문형 등 호스피스 서비스로 나눠 유기적으로 운영하면서 환자와 가족에게 적합한 유형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입원형은 17병상(4인실 4, 1인실 1, 그 외 임종실 1)으로 운영 중이며, 호스피스 전담의사 4명과 병동 UM(간호 관리자) 포함 간호사 14명, 전담 사회복지사 2명이 필수인력으로 근무한다. 필수인력 외 성직자, 자원봉사자 35명, 보조활동인력 20명, 요법치료사(음악·미술·원예), 약사, 영양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호스피스 팀원으로 참여한다.


가정형과 자문형 호스피스는 전문간호사와 호스피스 경력이 많은 선임간호사가 각 2인씩 배치되어 전담간호사로서 환자 돌봄에 힘쓰고 있다.


김현경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 파트장(왼쪽 두 번째)이 동료들과 함께 호스피스 인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인천성모병원

▲김현경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 파트장(왼쪽 두 번째)이 동료들과 함께 호스피스 인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인천성모병원

외래나 협진을 통해 호스피스 대상자가 의뢰되면 자문형 호스피스팀이 환자와 가족을 먼저 만나호스피스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돕고, 전반적인 상담을 통해 가족의 여건, 역동 및 돌봄의 형태를 상의하여 대상자에게 적합한 유형을 권유하여 호스피스 돌봄을 시작하게 된다.


김 파트장은 “가정 내 돌봄을 희망하시는 분께는 환자 및 가족과 팀내에서 고민을 통해 최대한 가정에서 생활하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면서 “또한 입원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환자분의 경우, 돌봄의 여건에 따라 본원뿐 아니라 인근 호스피스전문기관으로의 연계까지도 해준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호스피스 이용이 제한적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기 위해서는 말기암 환자만 가능하며, 재원 기간 역시 호스피스전문기관마다 운영에 따라 상이합니다. 또한 지역간의 불균형도 있고, 가정형 호스피스 대상질환인 환자가 거주하는 곳 인근에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관이 없다면 환자나 보호자가 희망하더라도 가정 내 호스피스 돌봄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 파트장은 아직까지 호스피스 분야는 팀원들의 열정으로 많은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면서 어려움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호스피스는 그야말로 숙련된 의료진과 팀원, 돌봄 제공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도 어느 순간 소진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기에 제도적으로 아낌없는 인적·물적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부처와의 협력을 통한 대국민 홍보 등으로 호스피스 돌봄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조기 접근을 장려해야 할 것입니다."


김 파트장은 “또한 각 지자체와 협력하여 지역단위의 호스피스 및 생애말기돌봄 네트워크 확대와 특성화된 사업개발도 필요하다"면서 “이와 같은 것들이 모이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다 질 높은 시간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돌봄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순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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