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과 맞선 이들에게, 안동 한옥에서의 고요한 위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4.22 20:52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연이은 대형 산불로 전국이 긴장에 휩싸였던 올봄, 그 불길을 온몸으로 막아낸 이들이 있다.




안동 한옥에서의 고요한 위로

▲이사빛1968 한옥스테이

전국 각지에서 산불 진화에 투입된 소방관들. 그들의 희생과 헌신은 무너질 뻔한 삶의 터전을 지켜냈고, 불안에 떨던 시민들에게 안도의 숨을 돌리게 했다.


안동의 전통 한옥 숙박업체 '이사빛1968 한옥스테이'는 이 소방관들의 수고를 기억하며 조용한 감동을 전했다.



현장에 나섰던 소방관 가족을 위한 무료 숙박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다.


전국에서 신청을 받아 총 다섯 가족이 선정됐고, 그들에게는 안동 원도심의 고즈넉한 독채 한옥에서 특별한 휴식이 제공됐다.




“사실 산불로 인해 숙소 예약이 대거 취소되면서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소방관들의 희생을 생각하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사빛1968 한옥스테이 김미숙 대표의 말에는 단순한 호의 이상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가족과 함께 머무는 짧은 시간만이라도 평온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안동 한옥에서의 고요한 위로

▲소방관 가족이 보내온 편지

이사빛1968은 전통미를 간직한 한옥의 정취에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힌 숙소다.


실내외 자쿠지, 불멍 공간, 빔프로젝터 등 섬세한 편의시설을 갖춰 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 감성적 휴식을 원하는 여행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산불 여파는 이처럼 감성적 휴식을 제공하는 숙박업소들에게도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안동시 관광협의회에 따르면, 3월부터 5월 사이 안동관광택시와 시티투어 프로그램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으며, 지역 내 숙박업소 예약률은 90% 이상 감소했다.


안동찜닭과 간고등어 등 대표 음식점들 또한 최대 50% 이상의 매출 하락을 겪었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는 산림만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맥박도 꺼져가고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빛1968'이 보여준 선택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단순한 홍보를 넘어, 공동체를 위한 연대와 감사의 표현이었다.


“아이들이 매일 '아빠는 언제 와요?'라고 물었어요. 일주일 동안 불길 속에 있던 남편을 기리다리며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이번 이벤트에 선정된 한 소방관 가족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남편이 자랑스러웠고, 이렇게 따뜻한 배려를 받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5월 가정의 달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이번 나눔은 '불을 끄는 일' 그 이상의 것을 지켜낸 이들에게 전하는 고요한 응원이다.


산불이라는 재난 앞에 국가와 국민을 지킨 소방관들, 그리고 그 가족들이 마침내 누리는 평온의 시간. 한옥의 처마 아래 머무는 이 짧은 안식은 단지 휴식이 아닌, 영웅에게 바치는 작고 진실한 찬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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