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원 모바일’ 지난 18일 정식 출시
청소년 비대면·간편 개통 도입 강조
요금제 종류나 가격대는 기존과 유사
“마케팅 등 시장 정착 초기 비용 클 것”

▲우리은행이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알뜰폰 서비스 '우리 원(WON)모바일'을 정식 출시했다.
우리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시장 내 선두주자인 KB국민은행이 수십만명대 가입자를 확보한 채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의 '간편성·다음세대' 확보 전략이 두각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우리은행, 사용자 중심의 UX 강조한 '우리 원 모바일' 서비스 시행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알뜰폰 서비스 '우리 원(WON)모바일'을 지난 18일 정식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알뜰폰 업계 최초로 18세 이하 청소년이 비대면·셀프 개통을 가능하도록 설계하면서 새로운 이용층의 유입을 적극 타깃했다.
청소년의 비대면 개통을 도입한 만큼 사용자 중심의 간편한 UX(사용자경험)를 강조해 개통을 보다 손쉽게 만든 것도 특징이다.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과정을 통해 가입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한편 가입 절차는 간소화했다.
은행이 알뜰폰 사업자가 되면서 금융사 혜택과 연계해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도 어필했다. 우리은행의 주거래고객(급여이체자)이거나 연금 및 예적금상품 보유, 카드 사용자 등은 금융실적 및 요금제에 따라 월 최대 33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이에 '우리WON모바일 전용카드'도 출시했다. 해당 카드로 통신요금을 자동이체하면 전월 사용 실적에 따라 최대 2만5000원까지 청구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내달 통신 연계 고금리 적금 상품도 출시 예정 중이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KB리브모바일(KB리브엠)'
초기 흥행의 지표는 시장 내 선두주자인 KB국민은행(리브모바일)과의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좁히고 시장에 안착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4월 해당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다. 5G·워치 요금제 최초 도입으로 시장 선점효과를 누린 결과 현재 43만명 가량의 가입자 수를 보유 중이다.
그러나 두 은행의 전략은 다소 상이하다. 국민은행은 △오프라인 채널 운영으로 금융 취약층 접근성 확대 △다양한 부가서비스 △보이스피싱 예방 등을 탑재해 알뜰폰 사업자로서 신뢰도 구축에 집중했다. 이에 반해 우리은행은 당장의 수익성보다 알뜰폰 사업을 통해 젊은 층·청소년을 끌어들여 '금융+통신' 결합에 따른 자연스러운 고객 락인(Lock-In)효과를 끌어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입부터 비대면 간편성에 집중해 10~20대를 타깃한데다 금융상품과의 연계 혜택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락인 효과 노린 도전…흥행 요소 '가격적 메리트'는 아쉬워
다만 요금제 종류나 가격대가 기존 사업자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점은 초기 흥행 예측에 있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기존 알뜰폰 가입자들이 알뜰폰을 선택한 이유 중 매우 비중있는 부분은 기존 통신사 요금제보다 가격적 경쟁력이 높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표적인 통신사들이 운영하는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량과 통화량에 따른 과금구조상 알뜰폰 요금제 대비 많게는 5배 이상 높은 가격이 책정돼 있다. 실제로 데이터와 통화 모두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가입자(5G, 15GB 데이터 이용, 통화 무제한 기준)의 경우 평균 5만~6만원대 수준의 요금을 지불하는데 반해 같은 사용량 기준 알뜰폰은 3만원대에 형성돼있다. 우리 원 모바일의 요금제도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우리 원(WON)모바일'.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과의 상품성 경쟁은 과제다. 기존 3대 통신사에서 이용 중인 5만원대 통신요금제를 해지하고 타사 알뜰폰 사업자로 이동해 재가입하면 같은 금액대에 5G 데이터 무제한 제공과 무제한 통화 이용,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 등 OTT·구독 혜택까지 결합해 제공한다. 이미 높은 접근성이 더해진 범용적인 혜택이 시장에 제공되고 있기에 서비스를 갖춘 기존 사업자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셈이다.
은행권 경쟁자인 국민은행과 비교해도 차별점은 크지 않다. 현재 리브모바일의 '5G 든든무제한 12GB+' 요금제는 3만원 초반대에 형성돼있다. 우리은행이 금융 실적에 따른 추가 요금 할인 혜택을 강조하지만 이 역시 국민은행도 제공하고 있다. 두 은행은 금융 실적에 따라 국민은행은 최대 4400원, 우리은행은 최대 3300원 통신요금 할인을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청년도약계좌 등 상품 연계 혜택도 제공한다.
따라서 향후 가입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가격적 메리트나 혜택을 제시해야 유의미한 신규 고객 유입이나 타사 고객 이동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우선 다양성을 제시해 고객의 선택 폭을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요금제는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고려해 월 5000원부터 3만원대까지 총 34종이다.
표면적인 사업성 측면에서도 후발주자인 우리은행은 높은 영업비용 투입 등 수익성을 나타내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선두주자인 국민은행도 초기 정착을 위해 수년간 높은 영업손실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추후 마케팅 비용 고려 등 유의미한 실적을 내기까지 시장 정착에 따른 비용이 크게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리브모바일이 부가서비스·혜택, 고객응대 서비스 등에서 높은 이용자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어 이런 고객 눈높이도 충족해야 경쟁자로서 우위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