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던지기 공약’에 들썩이는 시멘트株 …실적·수요는 ‘뒷걸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4.23 09:19

'공약만 보고 베팅'…건설 침체로 시멘트株 '역주행'

“올해 시멘트 실적 악화"…'묻지마'식 투자 주의보

삼표·아세아시멘트 “올해 매출·영업익 역성장 불가피"

사진=각 사

▲사진=각 사

정치권에서 국가 기관 관청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이 잇달아 나오면서 국내 시멘트 업종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당초부터 올해 시멘트사들의 실적 악화가 예고된 가운데, 단순 공약 발표에 따른 '묻지마'식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멘트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표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는 22일 최근 3개월 중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최고점을 경신했다. 공교롭게도 두 종목은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인 지난 7일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최저점에서 약 11거래일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조기 대선 주자로 나선 예비 후보들(이하 후보)의 '주요 관청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발언이 연이어 나오면서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각 당 경선에 뛰어든 후보주자들의 이런 발언은 실시간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해양수산부(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김동연 후보는 해수부를 인천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또 국회의사당을 세종으로 이전한 뒤, 국회 부지에 '한국판 센트럴파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에 설치하겠다고 공언했고, 국민의힘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국회 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경선은 통상 당내 경쟁자와의 차별화가 핵심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나오는 발언들은 현실 가능성보다는 강한 메시지와 지지층 결집용 공약이 많은 경향이 있다. 특히 공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재원 조달 계획이나 법 개정은 무시한 채 단순 선언에 가까운 약속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치적인 발언에 의한 무조건적인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익 체력 없이 주가만 오르는 경우 거품이 걷히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경선과 후보 등록 시기에는 정치적 전략에 따라 과감하거나 이상적인 공약이 제시되지만, 실제 이행률은 낮은 편"이라며 “실제 집권 후에는 경제 상황과 사회 갈등 등 현실 여건에 따라 경선 당시 강조했던 공약이 후순위로 밀리거나 수정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공약 현실화도 미지수인데…시멘트 업계, 2025년 실적 악화 불가피

당초 올해 시멘트 업종은 실적 악화가 예고됐다. 전기료 상승이 예고된 가운데, 전방 업종인 건설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시멘트 등 건설 자재 업종의 매출 감소도 불가피해서다. 증권가는 건설경기 침체로 올해 국내 전체 시멘트 판매량이 전년대비 3.7% 줄어든 4200만톤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올해 시멘트사들의 전반적인 실적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전방 산업의 악화로 올해 1~2월 주거용 건설기성액이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5.2%, 21.6% 감소했으며, 이러한 분위기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정치 테마 열차에 오른 삼표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BNK투자증권은 삼표시멘트가 내수 침체로 올해 역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핵심 선행지표인 신규 분양물량과 건축 허가 및 착공 면적 추이를 감안했을 때 금년 상반기 시멘트 내수 감소율은 두 자릿수 대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투자의견을 종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서도 2월까지 시멘트 내수는 전년동기 대비 약 25%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삼표시멘트 연간 매출액은 7454억원으로 전년대비 5.7% 감소하고, 장치 산업 특성상 고정비 부담이 확대되기 때문에 영업이익은 15% 줄어든 883억원으로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세아시멘트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3.3% 감소한 1조713억원, 영업이익은 1408억원으로 전년대비 1.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연구원은 “아세아시멘트는 원가절감 효과로 이익감소는 최소화할 것"이라며 “장치산업 특성상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부담 상승까지 감안하면 이익이 더 많이 줄어 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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