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공교롭게 우리나라 조선업에 중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조치들이 이번 달에 한꺼번에 발표되었다.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는 해운업은 물류 수요 증가로 배출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에 대비해,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를 중심으로 2050년 순배출제로라는 목표하에 (2008년 대비) 2030년까지는 20% 감축하는(2040년까지는 70%) 것을 중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7일에서 11일 개최된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IMO 회원국들은 중단기 조치를 승인했고, 오는 10월 공식 채택 예정이다. 우선 중기조치로 선박연료온실가스집약도(GHG Fuel Intensity, GFI) 기준을 새롭게 도입한다. GFI는 선박연료의 단위열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배를 움직이는데 얼마나 저탄소연료를 사용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5,000톤 이상의 선박은 2028년부터 매년 강화되는 GFI를 준수해야 하고, 초과 배출량에 대해서는 그 정도에 따라 톤당 100불 혹은 380불에 달하는 개선금을(Remedial Unit) 부담하거나, 초과로 준수한 회사로부터 초과준수분을(Surplus Unit) 구매해야만 한다. 준수 목표는(Direct Compliance Target) 2008년 대비 GFI를 2028년까지 17%, 2030년까지 21%로 낮추는 것이고, 기본 목표는(Base Target) 2028년까지 4%, 2030년까지 8%로 낮추는 것이다. 가격 중심의 경제적 조치와 연료 중심의 기술적 조치를 하나의 규제프레임에 담겨 있다. 2028년 1월부터 매년 선박이 배출한 온실가스를 연료 생산·운송·연소까지 전 과정(Well-to-Wake)으로 계산해 해당 년도의 GFI 기준에 맞추어야 한다.
런던에서 순배출제로로 가기 위한 IMO 조치가 승인될 무렵, 대서양 반대편에서는 완전히 다른 목적의 해상 조치가 발표되었다. 지난 9일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해상주도재건(Restoring America's Maritime Dominance)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로, 19일에는 미국무역대표부가(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USTR) 중국의 해양, 물류 및 조선 부문 지배력 강화에 대한 301조 조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주요 내용은, 미국으로 입항하는 중국 국적 선박과 중국산 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해 자국의 조선·해운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운송화물톤당 수십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점진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그 밖에 자동차운반선박이나 LNG수출선박에(3년뒤시행) 대해서는 자국에서 제조한 선박을 사용하도록 촉진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단, 동급 이상의 미국산 선박을 주문하면 중국산 선박에 대한 수수료는 최대 3년 유예하는 단서도 붙였다.
이미 시장에서는 직간접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IMO 조치 관련 LNG 운반선에 이어 무탄소연료선박의 기술 종류와 전환 속도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해 왔다. 기존의 LNG 이중연료 추진선이나 메타놀 추진선 발주에 추가로, 최근 암모니아 추진선이나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다양한 친환경선박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암모니아 연료 비중을 2030년 8%에서 2050년 4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까지 했다. USTR 조치 관련 중국 조선소 대체제를 찾는 시장의 반응은 더 민첩하다. 3월말 미국 정유회사가 중국 조선소에서 만들 예정이던 액화천연가스벙커린선 주문 계약을 연기했고, 유럽 해운사는 중국 조선사 대신 국내 조선사와 20척 규모 발주를 논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있었다.
상술한 바와 같이, 대서양 양쪽에서 4월 중 거의 동시에 발표한 해상 조치들은 각각 목적과 내용은 다르지만 조선강국인 우리나라는 이 둘을 함께 고려해 대응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IMO의 탄소규제 강화와 USTR의 중국해상 견제로 당분간 중국 조선소를 대체하려는 발주와 친환경 선박 건·개조 수요가 동시에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IMO 조치도 3년 후부터 시행되고 미국내 조선 인프라 구축에도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 골든타임에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확보하고, 그 가격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낮추어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벌려 둘지에 K-조선의 미래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