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 1은행 1거래소 폐지 공약
은행 경쟁 유도, 이용자 편의성 확대 취지
은행들 고객 확대, 제휴 다양화 기대
금융위 “신중히 검토…정해진 바 없다”

▲대선 주자들이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1은행 1거래소' 원칙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제도 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사진=챗GPT)
대선 주자들이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1은행 1거래소' 원칙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은행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은행 1거래소는 자금세탁 방지 등을 이유로, 거래소가 제휴한 1개 은행에서만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이 규제가 사용자 불편을 초래하고 거래소와 은행 간의 독과점 구조를 고착시킨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달 '디지털 가상자산 7대 공약'을 발표하며 1은행 1거래소 원칙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은행에서 다양한 거래소를 접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1은행 1거래소 폐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관련 공약을 내세우며 제도 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은 제휴 제약이 사라지면 고객 유입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 최근 KB국민은행은 빗썸과 제휴한 뒤 50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새로 유입됐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고객 1명을 유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여러 거래소와 제휴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 은행은 반길 수밖에 없다"며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도 점차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거래소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것처럼, 앞으로 결제 시장이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도 여러 거래소와의 제휴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시장점유율 상위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은 규제 폐지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시장점유율을 보면 업비트는 약 65%, 빗썸은 약 30%로 전체 시장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두 거래소는 각각 케이뱅크, 국민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와 국민은행은 안정적으로 확보했던 고객들이 분산되기 때문에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1은행 1거래소 규제가 폐지되면 거래소 유치를 위한 은행 간의 모바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들은 특정 은행과 제휴를 통해 거래소로 얼마만큼의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따져본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특히 이체 과정의 편리함 등 은행 모바일 뱅킹이 사용성에 강점을 가졌는지도 거래소와 제휴를 맺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간편하고 빠르게 앱을 이용할 수 있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간결하고 편리하게 은행 앱이 구동돼야 한다"며 “은행 앱이 복잡하고 어려우면 거래소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규제가 풀리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미 이용하고 있던 앱에 익숙해져 있는 이용자들이 다른 은행으로 굳이 이동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또 자금세탁 방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 제휴 은행의 책임이 분산돼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1은행 1거래소 해제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는 “1은행 1거래소 체계 변경에 대해서는 시장 독과점과 자금세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런 우려들을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계획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