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분 18.46%까지 늘린 호반그룹, 경영권 분쟁 서막?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13 16:01

조원태 우호 지분 19.95%…양측 격차 1.5%p로 좁혀져

주가 11만5900원…산은, 유증 참여시 대비 63.70%↑

4대 주주 산업은행 시세차익 상당해 지분 처분 여부 관심

업계 “호반 지분, 경영권 흔들지 못해…시세 차익 노림수”

서울 중구 서소문로 117 대한항공 KAL빌딩 내 한진칼 CI. 사진=박규빈 기자

▲서울 중구 서소문로 117 대한항공 KAL빌딩 내 한진칼 CI. 사진=박규빈 기자

호반그룹이 한진그룹 지주 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이번 역시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호반그룹이 항공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지분을 매입 중이라며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한진칼 지분 상당량을 보유 중인 한국산업은행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호반과 호반호텔앤리조트는 각각 한진칼 지분 3만4000주(0.05%)와 64만1974주(0.96%)를 추가 매입했다. 이로써 호반그룹 계열사들의 한진칼 지분율은 기존 17.44%에서 18.46%로 1.02%p 상승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장내 매수를 통해 주식을 취득했고, 보유 목적은 단순 투자"라고 밝혀 경영 참여 의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2022년 3월 호반건설은 사모펀드 KCGI의 특수 목적 법인(SPC)인 그레이스홀딩스의 한진칼 지분 보통주 약 940만주(13.97%)를 564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어 계열사 호반은 2회,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와 올해 총 82차례에 걸쳐 한진칼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현재 공시에 나타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특수 관계인들의 한진칼 지분은 19.96%로, 양측 간 격차는 1.5%p로 좁혀졌다.




호반건설 CI

▲호반건설 CI

호반건설은 2015년 4월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이자 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이었던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에도 나선 이력이 있다. 채권단의 기대치인 1조원 대비 훨씬 낮은 인수가인 6007억원을 써내 무산됐지만 기업 가치는 오히려 올라 이득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마찬가지로 호반그룹은 대형 항공사를 계열사를 둔 기업에 같은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호반그룹이 항공업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더욱 명확해졌고, 결과적으로 단순 투자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올해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호반그룹 측은 이사 보수 한도 증액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주요 경영 사안에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날 14시 27분 기준 한진칼 주가는 11만5600원으로 전일 종가 8만9200원 대비 29.93% 오른 상태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오를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한편 조원태 회장과 델타항공 등 우호 지분은 모두 45.61%이고 이 중 한국산업은행의 보유분은 10.58%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이유로 호반그룹이 지분을 늘려도 당분간 경영권이 흔들릴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책 자금을 집행하는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인수·합병(M&A) 지원차 5000억원 규모의 한진칼 유상증자와 3000억원 수준의 교환 사채(EB) 인수에 참여해 총 8000억원을 투입함으로써 4대 주주로 남아있다. 아직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간 통합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당장은 가능성이 낮지만 먼 미래에 산은이 한진칼 지분 매각에 나서면 판세는 달라질 수 있다.


산은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3조6000억원 상당의 정책 자금 전액을 회수했다. 또 대한항공이 전세계 각국 경쟁 당국의 승인을 거쳐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0%를 인수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이뤄냈다. 또 산은은 한진칼 유증에 참여할 당시 신주 발행가액은 7만800원이었는데 63.70%나 올라 시세 차익까지 거둘 수 있는 상황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1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신규 CI 런칭 매체 설명회에서 출입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1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신규 CI 런칭 매체 설명회에서 출입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이와 같은 연유로 산은이 당장 한진칼 지분을 매각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줬던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털고 나갈 경우 우호 지분이 34.76%로 줄어 상대적으로 불안해지게 된다.


한진칼의 시가 총액은 7조7377억원으로, 산은 보유분의 가치는 8187억원으로 평가된다. 호반건설이 이를 모두 인수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으나 작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711억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상황에 조 회장을 위시한 한진그룹 경영진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산은 지분을 직접 사들이거나 이를 떠안을 우군을 찾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 입장에서 다행인 건 2019년 4월 작고한 선친 조양호 선대 회장의 상속 재산세 납부가 작년에 끝나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이 가능해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조 회장 일가는 27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2019년 10월 국세청에 신고했고, 상속 재산 규모에 따라 조 회장은 2020년 10월부터 5년 간 매년 112억원 가량의 세금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측 대비 절대적으로 적어 경영권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주가를 띄워 차익을 실현하고자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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