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관세·SMR…정책 리스크에 흔들리는 대장주들
실적은 흑자 전환인데, 주가는 반토막인 이유

▲각사 로고. 챗GPT
국내 에너지 대장주들이 실적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주가는 정책 수혜보다는 대외 변수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안, 미국의 관세 정책,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방향 등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실적보다 더 강한 주가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각각 태양광, LNG·가스전 분야에서 실적 개선 기대가 높다. 그러나 주가는 전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수주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5년 내 신고가를 경신하며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 IRA 기대보다 관세 우려…한화솔루션, 실적 회복에도 주가는 반토막

▲사진=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은 미국의 태양광 설치사업(TPO) 수혜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미국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진호·김태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IRA 개정안 초안은 한화솔루션의 TPO 사업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3만8000원에서 5만1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6월 9일로 예정된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이후, 모듈 가격이 상승할 경우 주가 리레이팅(긍정적 재평가)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
실적은 이미 턴어라운드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예상 영업이익은 8060억원, 순이익은 3620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 그러나 주가는 여전히 전고점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2021년 1월, 그린뉴딜 기대감과 ESG 테마 수급이 몰리며 7만3283원(1/15)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실적 부진과 IRA 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태양광 모듈에 대한 관세 이슈 등이 맞물리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2024년 12월에는 장중 1만4860원까지 밀렸다가, 최근에서야 3만7000원 선까지 회복했다.
한 금투업계 전문가는 “한화솔루션의 2023~2025년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각각 0.8배, 0.3배, 0.7배로 3년 연속 0점대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 내 디스카운트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 체코 원전 본계약 앞둔 두산에너빌리티…밸류 부담에도 정책 테마 '급등'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체코 원전 본계약과 북미 SMR 기대감이 맞물리며 주가가 다시 강하게 상승하고 있다. 이달 16일 주가가 3만3950원을 기록하며 5년 내 신고가를 경신했고, 연초 대비 상승률도 가장 높은 종목 중 하나로 떠올랐다.
체코 정부는 당초 7일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건설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경쟁 입찰자였던 EDF의 가처분 신청으로 일정을 다소 연기했다.
다만 체코 최고행정법원에 가처분 기각을 요청하는 항고장이 제출된 만큼, 법적 분쟁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본계약 체결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사업은 두산에너빌리티가 1차·2차 계통 핵심 주기기뿐 아니라 시공 일부까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며, 총 3조8000억원 이상의 수주가 기대된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북미에서 SMR과 가스터빈 협의가 다수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되며 향후 SMR 등 물량 대응을 위한 생산능력 확대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공급자 우위 시장 국면에서 신규 성장 동력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체코 본계약이 주가 반등의 촉매가 될 수 있으나, 과거 사례처럼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유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2024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00.86,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0, 주당순자산가치(BPS)는 1만1706원으로 나타났다.
유 연구원은 “장기 성장 기대감에 의한 밸류에이션 고평가는 실적 성장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며 “하반기부터 나타날 실적 개선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안정적 실적에도 '모멘텀' 부족…포스코인터내셔널, 미국 진출이 열쇠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밸류체인과 글로벌 철강 트레이딩 등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등의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백재승·임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환율 상승과 미얀마 가스전 판매 증가 등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2702억원에 달하며 컨센서스를 충족했다"며 “2026년부터 LNG 사업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미국 에너지 사업 진출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회사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지 사업성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며 “시장의 '불확실한 모멘텀' 기대보다 '확실한 이익 체력'이 투자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가 흐름도 실적과는 무관하게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 7월, 미국산 LNG 도입을 위한 장기계약 체결 등 북미 에너지 사업 확대 기대감에 힘입어 최고가 9만6700원을 기록한 뒤, 현재는 4만7000원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당시 '북미 진출' 기대감이 선반영된 뒤 기대 대비 느린 가시화 속도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북미 비전통가스 자산 확보를 위한 협의를 다수 진행 중이며, LNG 밸류체인 내 업스트림 자산 투자도 검토 중"이라며 “향후 실질적 투자 신호가 가시화될 경우 중장기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호주 Senex 가스전은 올해 하반기 2·3호기 가스처리시설이 순차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며,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이익 기여도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책 기반 프라이싱"…정책 뉴스가 실적을 압도
이들 에너지 대장주 모두 공통적으로 '실적 턴어라운드'를 예고하고 있음에도, 주가 흐름은 전혀 다른 방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각종 미국 통상 정책, 관세 부과, 금리 방향성 등 '국내 변수 밖의 리스크'가 주가 형성의 핵심 요소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실적이 본격 회복되고 있음에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평균 PBR이 1배를 넘지 못하며 디스카운트된 상태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안정적 영업환경에도 주가 반등이 제한되고 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기대가 지나쳐 밸류에이션 부담이 심화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적보다 정책이 우선되는 '정책 기반 프라이싱'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IRA 법안, 관세 이슈, 해외 수주 계약 여부 같은 정치적 이벤트가 주가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