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전에 미리 받자”...보름 새 가계대출 3兆 ‘폭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18 12:50

5대 은행 대출 급증세 지속
주담대·신용대출 동반 급증

금리 하락에 빚투 재점화
7월 DSR규제 강화, ‘선대출’ 러시

은행.

▲5대 은행의 이달 1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5조9827억으로 집계됐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보름 만에 3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서 돈을 빌려 주택이나 주식 등 자산을 사들이는 '레버리지(차입) 투자'의 불씨가 살아난데다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있어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가 겹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5조9827억원이다. 4월 말(743조848억원) 대비 2조8979억원 불어난 규모다.


현재 증가 속도가 월말까지 유지될 경우 이달 전체 증가액은 5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증가 폭이 지난달(4조5337억원)보다 1조3000억원가량 늘어 2024년 8월(9조6259억원 증가)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8월까지 치솟았다가 9월 이후 금리 인상과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올해 1월에는 전월보다 4762억원 줄어든 가계대출 규모를 보였다. 그러나 연초 금리 인하와 규제 완화가 맞물리자 지난 2월 3조931억원으로 반등한 뒤 3월(+1조7992억원)과 4월(+4조5337억원) 증가세를 나타냈고 5월까지 증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가계대출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91조1678억원으로 4월 말보다 1조7378억원 불었다.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5870억원으로 보름 새 1조939억원 늘어 4월 전체 증가액(8868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은행권은 가계대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금리 하락을 가리키고 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0.25%p씩 두 차례 인하됐다. 시장금리도 떨어지면서 대출자의 금리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16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금융채 1년·신용 1등급·3.57∼4.57%)는 하단 금리 기준 2021년 10월 말(3.47∼4.47%) 이후 무려 약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코픽스·6개월 주기·4.05∼5.45%)와 고정금리(금융채 5년·3.48∼4.88%)도 각각 지난해 6월 말(3.74∼5.14%), 7월 말(3.34∼4.74%) 이후 약 11개월, 10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2월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 규제 완화가 나타나 2~3월 대출을 통한 주택 거래가 급증했고 그 여파가 시차를 두고 계속 더해져 가계대출 취급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3월 주택 거래는 통상 2~3개월 뒤 가계대출에 반영되기에 이전 거래분이 5월 가계대출 규모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낮아진 금리와 미국 관세정책 영향에 국내외 주가가 하락한 환경도 '빚투'(빚내서 대출로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에선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이달 한 차례 더 인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