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손보사 평균 차보험 손해율 85.1%
재보험손익 적자 규모도 갈수록 늘어
잦은 재해·계절적 독감 유행 등 요인 증가
“수익성 악화 지속 시 보험료 인상 압박”

▲국내 대형 5개 손헤보험사의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5.1%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호황을 이어오던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이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와 사고 증가로 기울기 시작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내주는 보험금이 들어온 보험료보다 커지는 수준이 됐고, 재보험손익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로 확대되는 실정이다.
車보험 손해율 '적자 구간' 진입…재보험도 적자폭도 악화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요 손보사인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대형 5개 손보사의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5.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p 상승한 수치로, 5대 손보사 모두 손익분기점인 80%를 넘기며 적자구간에 들어섰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손익분기점은 80%로 간주되며 이를 초과하면 수익보다 손실 규모가 큰 것으로 해석한다.
자동차보험료 손해율은 한 해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손해율도 악화 흐름을 보였다. 5대 손보사의 누적 손해율은 평균 83.1%로, 전년 동기 대비 3.8%p 상승했다. 손해율 상승은 4년 연속 보험료 인하 정책을 유지한 것과 함께 유가 하락에 따른 운행량 증가, 봄철 나들이객 증가로 인한 사고 건수 증가, 정비요금 및 부품비 등 원가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 선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 가속화 등으로 재보험손익 적자 규모도 갈수록 늘어나면서 고스란히 손보업계의 실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보험 손익 마이너스 규모는 지난해 처음 2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손보사 11곳의 재보험손익은 2조5825억원 적자였다. 전년 동기 1조5281억원 적자와 비교해 적자폭이 1조원 넘게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7년 이후 2023년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라 통계양식이 바뀐 점 등을 고려해도 재보험손익 적자가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보험계약 책임의 전부나 일부를 타 보험사에 넘기는 '보험사의 보험'이다. 타 보험사 재보험에 가입하는 건 출재, 타 보험사로부터 재보험 계약을 받아오는 것은 수재다. 재보험손익 적자가 크다는 것은 보험사가 재보험 사업을 통해 들여온 이익보다 타 보험사에 내 준 재보험료 폭이 훨씬 크다는 의미다.
보험사별로 지난해 재보험손익 적자 규모가 큰 곳은 현대해상(5935억원)이다. △DB손해보험(-5791억원) △삼성화재(-4994억원) △KB손해보험(-4178억원)도 줄줄이 적자였다.
이외에도 손보사 실적을 위협하는 적자 요인이 즐비하다. 최근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대형 산불과 화재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잦아졌고, 계절적 독감 유행, 기술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위험 증가하고 있어 손해율 예상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는 등 환율 상승도 해외 재보험 비용을 크게 늘려 손익 구조를 악화하는 요인 중 하나다.
손보사 실적 내리막길…“본업 수익성 지속 하락 중"
이런 영향에 1분기 손보사들의 실적은 줄줄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5대 손보사(삼성·메리츠·DB·현대·KB손해보험)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쪼그라들었다. KB손보를 제외한 4개 사가 일제히 역성장을 기록한 결과다.
5대 손보사의 보험이익은 1조6294억원으로 1년 새 26.1% 급감했다.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모두 이익 규모가 줄어 본업 수익성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성 악화는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주면서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의 하락도 가져오고 있다.
캐롯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신한EZ손보 등 소형 디지털 손보사들도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소액 단기보험 위주 포트폴리오로 인해 수익성의 한계에 직면한 채 적자가 지속 중이다. 보험료 수익이 적은 상황에서 투자이익으로도 이를 상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보업권 전체의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경우 보험료 인상에 압박을 줄 수 있고 중소형사는 경영난에도 처할 수 있어 업계 우려 커지고 있다. 본업 수익성이 낮으면 투자수익에 의존도가 높아지지만 이는 금융환경 변화 등 불안정성이 높은 수익처로 여겨진다.
손해보험업계는 “단기간 내 손해율이 개선되기 어려운 실정이기에 업계 실적 부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민감도가 낮은 상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자산운용 전략도 금리 인하기에 맞도록 대응하겠지만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경우 보험료 인상 등 구조 개선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