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th, 에너지가 미래다] 친환경 건설 정책의 핵심 ‘탄소중립’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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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제로에너지 건축물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 소재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전경. 연합뉴스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가 심화되면서 친환경 건축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는 8월부터 민간 분야 제로에너지건물(ZEB) 인증 의무제도가 도입되는 등 탄소 중립 건축 기술은 건설업계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




25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글로벌 주요 도시에서 건물 부문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건물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간접적 탄소 배출이 전체 건물 부문 탄소 배출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도시 간 협의체인 C40가 회원 도시들에게 2020년까지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도록 권고하는 이유다.



건물 부문의 높은 탄소 배출 비중은 에너지 소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탈탄소화 및 에너지 효율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물 부문은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4.7%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7.2%는 직접 배출이 차지하고 있다. 17.5%는 전기 사용에 의한 간접 배출로 분류된다. 특히 냉난방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도시 지역일 수록 건물 부문의 비중이 높다. 서울에선 건물 부문이 전체 탄소 배출량의 71%나 차지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내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만 해도 건물 부문은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9.6%를 차지했고, 총 13억5800만t CO₂e를 배출했다. 그런데 5년 후인 2020년엔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24.7%로 증가했다. 이 중에서 7.2%는 직접 배출됐고, 17.5%는 전기 사용에 의한 간접 배출로 분류됐다.


이는 연평균 약 2%씩 온실가스 배출량이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과 2022년엔 배출 비중이 감소하기도 했지만 2023년부터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건물 신축 시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짓도록 독려하고 있다. 제로에너지 건물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을 말한다.


특히 정부는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에 따라 올해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제도를 대대적으로 혁신한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제를 도입했다.


제로에너지건축 보편화를 위해 넘어야 할 장벽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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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너지 건축물(ZEB) 개념도. 한국에너지공단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제로에너지건축 장려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현장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점에 있다. 건설산업 전체가 불황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친환경 건물을 짓기 어려운 딜레마가 존재한다.


ZEB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고효율 단열재, 태양광 패널, 지열 시스템 등 고비용의 친환경 자재와 기술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건축 초기 비용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이는 특히 중소 건설사나 개인 건축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ZEB 인증을 받기 위한 공사비 증가율은 비주거 건축물의 경우 30~40% 이상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표준건축물을 짓는 것과 비교해 공사비가 4~8% 증가한다. 특히 가장 높은 ZEB 등급 수준을 충족하려면 공사비가 26~35% 불어나는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안 그래도 최근 몇년새 건설업계는 공사비 급등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소득이 주는 데 분양가는 올라 새집 마련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평균 시공 원가율이 90%를 돌파했다. 2020년부터 입주자 사전점검이 의무화 됐고, 2022년 부터는 100가구 이상 아파트 내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및 완공 후 바닥 충격 차단 성능 검사(층간소음 기준 강화) 의무화 요건까지 성립되면서 추가 공사비용 자체가 늘어났다.


여기에 ZEB 인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친환경 건물을 지으려면 좀 더 비싼 자재를 사용하고 시공비도 더 들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분양가 상승을 불러와 주택 구매자들에게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국토교통부는 친환경 건축 시공 시 전용 84㎡(34평) 기준 가구 당 공사비가 약 130만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는 이보다 비용 증가 수준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건설업계에서는 친환경 건축 시공 시 전용 84㎡ 기준 가구 당 최소 293만원 이상 공사비가 늘어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친환경 건축물은 준공 후 운영 및 유지관리 비용이 비싸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ZEB 인증제도가 적용된 건축물은 에너지 절약 설비의 유지보수와 운영을 위한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태양광 패널, 지열 시스템 등 추가 설비에 있어서도 유지관리 비용이 발생하고 전문 인력도 필요하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관리사무소에 해당 설비 유지관리 기술을 갖춘 인력을 고용해야 하며, 인건비 부담에 따른 입주민들의 관리비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일각에선 이이로 인해 제로에너지 ZEB 인증제도가 그린리모델링 사업 실패의 전철을 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기존에 지어진 건물의 경우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친환경 건축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그린리모델링을 권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30년까지 누적 160만 건의 그린리모델링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연간 실적은 1~2만 건 수준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이 민간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고 있고, 기존 보일러 교체 사업 등도 실적으로 포함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그린리모델링 사업 시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회수 기간이 길어 경제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그린리모델링 참여 시 세대당 약 1350만 원의 공사비가 들고 투자비 회수에 20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는 건축주와 기업의 참여를 저해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지원 예산이 줄어들면서 그린리모델링 사업 확대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예산은 대폭 줄었고, 민간 이자 지원 사업은 종료됐다. 여기에 그린리모델링 후에 실제 에너지사용량이 줄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는지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 분석마저 미미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친환경 건축 기술 중 하나인 태양광에 대해서도 빛공해와 전자파가 심하다는 잘못된 선입견이 존재한다. 태양광 패널이나 건물 외벽에서 반사된 태양광이 인근 주민들에게 눈부심 등 생활 방해를 초래할 경우,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태양 반사광이 사회 통념상 참을 수 있는 한도(수인한도)를 넘는 경우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판결을 통해 인접 건물 외벽의 태양 반사광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판결이 이뤄진 바 있다.


여기에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강화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설비 운영 문제점도 거론된다. 인증 획득만을 위한 과잉 설비 설치 문제와 실제 운영 시 설비 활용도 저하된다는 지적이다.


신재생에너지 설비(태양광 및 지열) 등의 유지관리 부실 문제 및 중고시간(유휴시간) 증가로 인한 경제성 저하, 전문 운영인력 부족, 에너지 생산-저장-사용 간 불균형, 장기적 성능 저하에 대한 대응책 미흡하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친환경 건축의 대해 여전히 낮은 인식도 개선되야 한다. 설계자, 발주처, 건축주의 태도와 인식은 여전히 고비용 친환경 건축물 시공 및 유지에 부정적이다.


친환경 건축은 '필수' 문제… 비용 절감 및 인식 제고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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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에너지 발전이 설치된 국내 대표적 건물인 여의도 전경련회관 전경. 현대건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ZEB 인증제도가 건축물에 도입되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장기적으로는 운영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일단 초기 투자 비용은 높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생긴다. 일부 ZEB 인증제도 건축물은 지속적인 성능 모니터링과 건물 피드백을 통해 유지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났다.


결국 친환경 건축물이 보편화 되기 위해선 현실에서의 비용 절감 문제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각종 신기술 도입을 통해 비용을 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통해 전기·가스 요금이 대폭 줄어든다는 사실을 건물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효율을 높여야 한다. 에너지 자립률이 상승하면 자체적인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등 친환경 건축물 유지 보수에 나서는 건축주가 늘어날 수 있다.


정책적 대안으로는 현재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는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의 전국 확대 실시가 검토될 수 있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간 공동 기후 위기 대응도 필요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ZEB 인증제도가 건축물에 도입되면 단기적으는 일단 초기 투자 비용은 높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생긴다. 일부 ZEB 인증제도 건축물은 지속적인 성능 모니터링과 건물 피드백을 통해 유지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건축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로 대표되는 당근제도 도입도 중요하다. 친환경 건물에 있어서 탄소세 등을 적용해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지역 건물 및 인프라 노후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건축물에 대해선 인력을 적극 채용하고 이에 대해 금융 지원에 나서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건축물 인식에 대한 일반 시민의 참여와 인식제고 노력 또한 중요하다.


친환경 건물의 전기세 등 비용 문제 있어서 고비용이 아닌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명확한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안전도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홍보가 요구된다.


분양가 상승에 대해서 우려하는 단기적인 인식이 아닌 장기적인 차원에서 건설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친환경 건축물에 있다는 점을 심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적 미래는 건설업계만의 과제가 아닌 전 인류의 과제라는 사회적 인식을 강화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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