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이르면 내달 킥스 인하 시행
업계, 후순위채 발행 릴레이에 여유
해약준비금 완화에 배당 여력 ‘개선’
“질적 관리 차원에서 관리 더 어려워”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규제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보험사들의 건전성 관리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업계가 '킥스 기준 130%'로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자본성 증권 발행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기본자본 비율 도입 등 실제 완화 체감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따르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규제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이는 2001년 이후 24년 만의 조정이다.
킥스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험사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개별 회사 자본성 감독 기준이다. 킥스가 100% 아래로 내려가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는데, 당국은 이보다 높은 150% 수준을 상회하는 수치를 유지할 것을 권고해왔다.
앞서 시행 시기가 3분기 중으로 예상됐지만 내달 중순경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내달 11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보험사 감독기준 합리화 방안(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지난 4월 29일부터 내달 9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뒤 금융위 안건으로 상정을 앞두고 있다.
킥스 기준은 지난 2023년 도입한 새 회계기준(IFRS17) 적용 이후 규제 완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IFRS17 도입 이전 요구자본 규모는 2022년 말 68조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9월 말 119조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보험사들은 킥스 규제에 맞추기 위해 자본증권 발행 급증이나 이자비용 등 재무부담이 심화했다는 입장이 많았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숨가쁘게 이어졌던 후순위채 발행 릴레이에서부터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업권은 올해 1분기에만 5조원 가량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해 자본 확충에 나섰다. 지난해 자본성 증권 신규 발행에 따른 이자 비용도 1조원 가량을 기록했지만 이와 관련한 부담도 일부 해소됐다. 킥스 150%로 맞춰진 후순위채 중도상환 및 인허가 요건상의 기준도 130%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콜옵션 행사 등 자본정책 유연성도 높아질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킥스 완화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조정 적립비율 요건에도 적용된다. 기존에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을 80%만 쌓아도 되는 킥스 기준이 190%였지만 향후 170%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개정에 따라 비상위험준비금 환입요건도 함께 완화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준비금 적립 부담이 낮아지는 한편 주주배당 여력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실린다.

▲금융위원회.
다만 일각에선 오히려 질적 관리 차원에서 자본 관리가 어려워졌다는 시각도 있다. 당국은 자본 건전성 평가에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의무 준수 기준(적기시정조치 요건)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가용자본 중 손실 흡수성이 높은 자본금이나 이익잉여금 등을 강조한 기본자본 지급여력 의무비율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당국은 자본의 양보다 질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최근 견지하고 있다. 앞서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이 경영실태평가 하위항목으로만 활용되고 있는 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자본의 질적 관리가 소홀해지는 문제가 있다"며 지적한 바 있다.
당국이 기본자본 킥스비율 잣대를 들이밀기 시작하면 곧바로 건전성 위기에 처하는 보험사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푸본현대생명의 킥스비율은 157%로, 경과조치 효과를 제외하면 마이너스 14.5%를 기록했다. 경과조치 적용 전 킥스가 마이너스인 곳은 국내 보험사 중 푸본현대생명이 유일하다. 최근 완전 자본 잠식에 빠진 KDB생명의 경우 53%(경과조치 적용 전)다. 이들 보험사의 기본자본 비율은 푸본현대생명은 43.1%, KDB생명은 24.8%로 5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보완자본인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은 인정하지 않고, 핵심 자본인 자본금이나 자본잉여금 등만을 인정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나 금리 인하 등에 따라 킥스 규제 완화가 보험사에 긍정적 측면으로 작용하지만, 당국이 기본자본 킥스에 집중하는 만큼 자본 확충이 까다로워졌기에 재무 리스크 관리가 수월해진 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