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원화(사진=로이터/연합)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이 올 연말엔 더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 달러화 대비 한국 원화 환율이 올 연말 달러당 1320원까지 하락(원화 강세)할 것으로 최근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에만 2.6% 가량 하락해 아시아 통화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상황에서 연말까지 3% 넘게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엠증권은 연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달러당 1350원으로 제시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6원 내린 1369.0원으로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달려 약세,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협상 등의 요인들이 작용하면서 하방 압박을 받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3일 장 중 99.042까지 내렸다.
여기에 한미 무역협상 일환으로 미국이 원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도 원/달러 환율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강달러 정책 유지를 공언하며, 약달러를 위한 비밀 통화 협정 추진설을 일축하고 있다.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지난 22일 블룸버그 팟캐스트에 출연해 “강달러는 미국에 좋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미국과의 환율 협의는 실무 단계에서 진행 중이며 다양한 협의 의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이 아시아 통화 절상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이 유지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달 3일 예정된 대통령선거로 국내 정치적 공백이 메워질 것이란 전망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데다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이와 관련, 아이엠증권의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실질실효환율 관점에서 원화가 저평가되고 있어 미국과 무역협상, 새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화가 6월 이후 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환율이 전망치(달러당 1350원)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인용해 4월말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지수가 16년래 최저 수준인 89.6에 머물러 있다며 강세를 보일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한미 무역협상에서 환율 부분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셀 아메리카' 흐름 속에서 원화가 강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은종 BNP파리아 서울지점 금융시장본부 대표는 “원화에 대한 투자자들과 국내 기업들의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관측된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그들은 달러를 보유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달러) 보유량 일부를 매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수입품에 대한 50% 관세를 내달 1일에서 7월 9일로 유예하겠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지만 이에 따른 낙관론은 배제되는 분위기다.
이토로의 조시 길버트 애널리스트는 “관세 부과 유예는 일시 중단에 불과하며 관세 정책에 대한 구조적 변화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리스크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일시 중단은 당분간은 좋은 소식이지만 협상하겠다는 트럼프의 접근 방식을 확인하기 위해선 더 많은 합의가 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