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환율 하락·정책 불확실성…‘매도세’ 전환
TSLA·NVDA 매도…레버리지 ETF 차익 실현 활발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열기가 5월 들어 식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매월 수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미국 증시에 쏟아부었던 '서학개미'들이 5월 들어 올해 첫 순매도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 증시 반등에 따른 차익 실현, 금리 급등, 환율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1~5월 미국 주식 매수·매도액. 자료=예탁결제원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이달 1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주식 총 11억9093만 달러(약 1조6280억원)를 순매도했으며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의 매도 전환이다.
서학개미들은 △1월 40.8억 달러(5조5773억원) △2월 29.8억 달러(4조736억원) △3월 40.7억 달러(5조5636억원) △4월 37.1억 달러(5조715억원) 등 올해 4개월 동안만 148억 달러(약 20조2316억원)가 넘게 미국 주식을 사들이며 공격적 투자를 이어왔다.
그러나 5월 들어 분위기는 급변했다. 이달 1일부터 26일까지 11억9093만 달러(약 1조6280억원)를 순매도하며 올해 첫 '팔자' 전환을 나타났다. S&P500 등 미국 증시가 4월 하락을 빠르게 만회하고 연중 최고치를 넘보는 수준까지 반등하자, 평가손실에 묶여 있던 서학개미들이 본전을 회복하거나 소폭의 수익을 실현하려 매도에 나선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 국채금리 급등, 원·달러 환율 하락,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안 통과 등 복합적 변수들이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실제로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한 감세안은 재정건전성 우려를 자극하며 국채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고, 30년물 국채금리는 연 5%, 10년물도 4.6%를 넘어가자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며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상대적 매력도가 더욱 떨어졌다.
아울러 환차손 우려까지 겹치며 해외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6월 예정된 비농업 고용지표 발표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 등을 앞두고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한 '현금 확보' 움직임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매도 흐름은 종목별 데이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달 기준 미국 주식 상위 50개 종목에 대해 국내 투자자들은 총 146억7589만 달러(20조590억원)를 매수하고, 161억7822만 달러(22조1123억원)를 매도해 약 15억232만 달러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테슬라(TSLA)는 5월에도 매수금액 1위를 기록했지만, 매수금액은 16억7174만 달러(2조2856억원), 매도금액은 18억6537만 달러(2조5503억원)에 달해 약 1억9364만 달러(2647억원) 규모의 순매도가 발생했다. 엔비디아(NVDA) 역시 활발한 거래에도 불구하고 매도 11억4407만 달러(1조5641억원), 매수 6억1983만 달러(8476억원)로, 5억2424만 달러(7168억원) 규모의 순매도가 나타났다.
이 외에도 레버리지 ETF를 중심으로 한 차익 실현 흐름이 두드러졌다. △TSLA 2X ETF (2억7634만 달러) △SOXL (3억9167만 달러) △QLD (1억107만 달러) 등에서는 수억 달러 규모 순매도가 이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환율 하락, 금리 급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안과 같은 정책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단기적으로는 미국 주식에서 자금 일부가 빠지고, 채권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이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