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요양엔 날개, 분쟁조정엔 긴장...李정부 보험정책에 업계 ‘촉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6.07 17:07

동물병원 표준수가제 도입 등 공약
규제 완화로 시니어 사업 활력 기대

소비자보호 조치 기조 강화엔 우려
“자본건전성 감독 기조도 강해질듯”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보험업계에서는 그간 추진력이 떨어졌던 펫보험·요양 사업에 활기가 돌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보험금 우선지급' 공약이나 실손보험 제도 개선 등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다만 소비자 보호 확대와 건전성 감독에 대한 기조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업계 안팎에선 긴장감도 감돌고 있다.





李 정부 출범, 펫보험·시니어 사업·디지털 전환에 '날개'

7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펫보험 표준수가제 도입을 보험업계 관련 공약으로 밝혀왔다.


반려동물 양육비 절감을 위해 동물병원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동물 진료는 비급여 영역에 속해 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표준수가제 도입 시 질병 명칭과 진료행위명칭의 표준화로 보험료 산정과 정산구조가 투명해지면서 펫보험 시장 활성화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펫보험 가입자는 전체의 2%에 그친다.



간병비 급여화 정책은 시행 시 요양 관련 사업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는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현재 환자와 보호자가 전액 부담하는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취지다. 요양시설 건립 시 부지를 직접 매입해야 시행이 가능한 규제도 완화하는 쪽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이미 요양 등 시니어 케어 관련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선점하고 대비해왔다. 특히 요양시설 사업의경우 KB라이프를 필두로 신한라이프, 하나생명 등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뛰어들고 있다. KB라이프는 최근 KB골든라이프케어가 진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500억원을 출자하는 등 추가로 자본을 확충하기도 했다.




요양보험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보험업계에서는 그간 추진력이 떨어졌던 펫보험·요양 사업에 활기가 돌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이 밝혀왔던 보험업계와 관련한 공약들은 △보험금 우선지급 및 사후정산 △실손보험 선택형 특약도입 △생·손보협회·독립보험대리점(GA) 상호협정 체결 등이다. 보험금 우선지급 공약의 경우 보험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가 보험금 전액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그 다음해 환급액이 발생했을 때 건강보험공단이 보험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험사들은 특히 '보험금 우선지급 후 사후정산'하는 방식이 본인 부담 환급금과 실손보험금의 이중지급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 가입자들도 보험금을 먼저 지급받고 나머지 정산은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간 이뤄지기에 편익이 높아지는 방식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산업을 국가 전략 기술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보험업권의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권은 AI를 통한 고객 상담부터 인수 심사(언더라이팅), 보상 절차 등을 속속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권 중에선 은행권 다음으로 AI를 많이 도입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보험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보험영업 부문이다. 설계사는 고객의 기존 보장 내역을 분석하는 부분과 개인 맞춤형 상담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전망이다. 이미 생성형 AI를 도입해 보고서 작성부터 규정 검색, 데이터 분석 등에서 편의성을 끌어올렸지만, 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이 수익성과 직결된 전통적 방식인 만큼 향후 빠르고 정확한 고객 분석과 가입 절차에 AI가 활용되면 이점을 크게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분쟁조정 관련 규제엔 우려…건전성 관리도 고삐

한편 소비자보호 조치 기조가 강화되는 점은 업계의 우려가 실리는 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분쟁조정에 대한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밝혀왔다.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2000만원 이하의 소액 분쟁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금융사가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다만 이를 위해선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


보험사들은 조정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 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해 무분별한 분쟁 제기나 소비자 악용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이 예상되는 한편 조정안의 공정성을 위해 객관적 검토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민원은 총 11만6338건으로 이 중 보험 관련 민원이 절반 가량인 45.9%를 차지했다.


소비자들의 보험금 운용 관리 감시를 위해 자본건전성에 대한 감독 기조도 이전 정부보다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들은 새 회계제도(IFRS17)와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도입 이후 건전성 악화 방어를 위해 꾸준히 자본성증권을 발행을 늘려왔다. 금리인하와 제도변경에 따라 이런 움직임과 함께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한화생명 공시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달 27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10억달러(한화 1조3650억원) 규모의 미 달러화 표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신한라이프도 지난 5일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최근 거듭해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발행을 기록한 뒤 올해도 지난해 규모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보험사가 발행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4조7250억원으로 전년 동기(3800억원) 대비 12배 넘게 급증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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