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비상계엄의 원인이 되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6.09 11:01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이강국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로서 필요한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 그리고 높은 산이 막고 있어 군사.안보적으로도 천혜의 요새와 같다. 또한 국가적 행사나 의전 행사 시설과 공간도 매우 훌륭하다. 다른 나라 정상들이 방문했을 때 국가의 위신을 과시한다는 측면에서도 청와대는 매우 효과적이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구중궁궐 같아 소통에 문제가 많다고 하면서 이 좋은 청와대를 떠나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겨 '용산 시대'를 열었지만, 불통 대통령이 되고 불명예 퇴장하게 되었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함으로써 새로운 관저가 필요해졌고 외교목적으로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던 외교부장관 공관을 징발하다시피하였다. 그리고 시설 개·증축 공사를 하느라 윤 대통령이 취임한지 6개월 만에 관저 입주가 마무리됐는데, 서초동 사저에 머물던 도중인 2022년 9월 김건희 여사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백을 수수하였다. 2023년 11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디올백 수수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어 파문이 일기 시작하면서 윤 대통령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디올백 수수에 대한 사과를 둘러싸고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끈 수사팀은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비공개 조사하고 이원석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였다. 검찰의 불기소는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김 여사 특검 요구 명분만 키워주었다. 한동훈 대표가 불기소에 불만을 표시한 것은 물론이다. 민주당등 야권은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더욱 더 세게 밀어붙이고 있었는데, 당원게시판 사건으로 대통령실과 극심한 갈등관계에 있었던 한동훈계 의원들이 찬성하면 특검이 통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때 마침 윤 대통령이 명태균 선거 브로커와 통화한 음성이 공개되어 큰 파문이 일고 있었다. 김건희 여사 특검 통과 가능성도 높아짐에 따라 윤 대통령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멘붕에 빠져있었을 것이다. 결국 12월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김 여사 특검 재의결 투표가 예정된 2024년 12월 10일로부터 바로 1주일 전이었다.



군대를 면제받아 총 한 방 쏜 경험이 없었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대통령실 이전과 깊은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대통령실이 군부 총사령부인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군부가 마음먹기에 따라 쿠테타가 매우 용이해지기 때문에 이것은 피하는 것이 상식이다. 윤 대통령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용산으로 나왔으나 대통령실이 군대에 둘러싸이고 군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군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아무래도 함께 있다 보면 식사라도 한 번 더 하게 되어 같이하는 시간이 많게 된다. 실제로 용산 대통령실에 군 인사들의 내왕이 잦았다는 말이 돌았다. 결국 대통령실이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와 동거하면서 용산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비상계엄의 진원지가 되고 말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실은 이른 시일내 청와대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당선 시 대통령 집무실을 어디에 둘 것이냐는 질문에 “청와대가 제일 좋다"며 “아주 오래됐고, 상징성이 있고, 거기가 최적"이라고 했고, 용산 대통령실에 대해서는 “도청이나 경계, 경호 문제 등 보안이 심각하다"고 말한 바 있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일단은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하다가 청와대 보수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청와대로 복귀할 방침이다. 가능한 빨리 옮기려고 할 것이다. 역술인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쌓이고, 미국의 도·감청 논란으로 시끄러웠고, 비상계엄 선포로 국가가 혼란에 빠졌던 '용산 시대'는 불명예 퇴장한 대통령과 함께 끝나게 되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기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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