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 내시경] 단순 득표 합산의 함정: 이준석 지지층의 실제 이동 패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6.12 11:02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선거 결과를 분석할 때 가장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만약 A후보가 없었다면 그의 표가 B후보에게 고스란히 갔을 것'이라는 단순한 가정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론적으로 이준석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득표를 합하면 이재명 후보를 넘어선다고 분석하며 단일화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들은 이런 주장을 하면서, 이준석 책임론을 들고나오거나 아니면 선거에서 진 것이 아니라는 일종의 '정신 승리'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지층 분석이나 출구 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이런 주장은 '주관적 희망'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계층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첫째는 보수적 성향을 가지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 둘째는 민주당 성향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 그리고 셋째는 이준석 후보 자체를 본래부터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이다. 출구 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다른 세대에 비해 2030 남성들이 이준석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젊은 세대들의 투표 패턴을 분석해 보면, 이들은 최소한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선호하지 않는 층은 아니다. 이들은 기존 보수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바탕으로 한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는 성향의 유권자로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김문수 후보와 같은 강경한 보수도 거부하고, 민주당의 '진보 노선'에도 매우 부정적이어서, 또 다른 '보수의 대안'인 이준석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투표 행태는 기존의 '고루한 형태의 보수'에 대한 거부감과 더불어, 평등과 분배만을 강조하는 기성 진보의 이념 지향성에 대한 거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런 성향의 젊은 세대들의 지지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이준석 후보가 만약 선거 막판에 사퇴했다면, 그의 지지층은 김문수 후보로 움직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출구 조사 데이터와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준석 후보 지지층 중 보수 성향을 갖는 이들의 비율은 약 30%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2030 세대 남성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전부 김문수 후보 지지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실제로 김문수 후보 지지로 이동하는 비율은 많아야 20%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준석 후보를 지지했던 나머지 80%는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일부 민주당 성향의 지지층은 이재명 후보 지지로 옮겨갔을 것이고, 일부는 기권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30 세대의 경우 '차악'을 선택하기보다는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앞서 언급했듯이, 이준석 후보에 대한 지지가 주로 젊은 남성 유권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인데, 이는 과거 20대 대선에서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의 성별 갈라치기 전략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젊은 세대들의 남성들이 성별 갈라치기와 개혁적 보수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진다. 젊은 남성의 이런 정치 의식을 과연 '개혁적 보수'를 향한 지향이라고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그것이다. 성별 갈라치기 전략을 구사했음에도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 것은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이 건설적인 대안 모색보다는 감정적 반발로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 방식은, 이성에 입각한 이념 지향보다는, 감성과 이념이 뒤섞인 측면이 강함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이준석 의원이 중도 사퇴를 했다고 하더라도, 김문수 후보가 당선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수층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가정을 가지고 현실을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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