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시 국제유가 130달러”…관세·중동 전쟁에 트럼프 ‘인플레 성과’ 어쩌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6.13 17:00

트럼프, 車관세 인상 가능성 시사…가전제품 관세 예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국제유가 장중 최대 13% 폭등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JP모건 “최악시 유가 130달러”

“트럼프 덕분에 물가 하락”…관세·유가 상승에 인플레 반등 경고

USA-TRUMP/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이스라엘이 13일(현지시간) 이란을 폭격한 가운데 미국 인플레이션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자신의 주요 경제 성과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관세 정책에 더해 중동갈등 격화로 국제유가마저 치솟으면서 가격 상승이 다시 부채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그(자동차)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다"며 “(관세율이) 더 높을수록 그들은 이곳에 와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다른 품목별 관세인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는 지난 4일부터 기존 25%에서 50%로 인상됐다.



이런 가운데 미 상무부는 이날 연방 관보를 통해 50% 철강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철강 파생제품 명단에 제품을 추가했다. 추가된 제품에는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조리용 스토브, 레인지, 오븐,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등이 포함됐다. 이번에 추가된 제품에 대한 관세는 오는 23일부터 적용된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소비재를 겨냥한 첫 사례로 인플레이션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인 무역정책을 시행한 후 수많은 제품들이 관세 인상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번 발표로 일상 소비재가 구체적으로 대상이 됐다"며 “수입되는 식기세척기, 건조기, 스토브,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등에 적용돼 미국 가계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NYT는 이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세탁기 관세로 18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새로 창출됐지만 소비자들은 일자리 1개당 81만7000달러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했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또 당시 관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세탁기와 함께 구매되는 건조기도 가격이 덩달아 올랐다고 NYT는 덧붙였다.


IRAN-ISRAEL-CONFLICT-STRIKE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손된 이란 테헤란의 한 아파트(사진=AFP/연합)

이런 가운데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중동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우려에 브렌트유는 장중 13% 폭등해 배럴당 78달러까지 올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장중 상승폭이다.


이에 트럼프발 관세 전쟁,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 증산 등으로 그동안 이어졌던 국제유가 하락분이 모두 만회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전격 공습으로 자국 핵시설 등이 피해를 본 것에 대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 전망이다. 이란은 이미 이스라엘을 향해 100여기의 드론을 날린 상태다.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성명에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은 더럽고 피비린내 나는 손을 뻗어 사랑하는 우리 조국의 주거지역을 공격했다"며 “가혹한 응징을 당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USA-OIL/PERMIAN

▲미국의 한 원유 저장 시설(사진=로이터/연합)

문제는 중동 갈등 격화로 유가가 더욱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웰치 수석 지리경제학 애널리스트는 “더 광범위한 중동지역 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중동지역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고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ING의 워런 패터슨 원자재 전략 총괄은 “갈등이 지속적으로 격화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송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극단적인 시나리오지만 하루 1400만배럴의 석유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운송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면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작년 4월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우려에 국제유가가 90달러선을 돌파했었다.


US-POLITICS-ECONOMY-FED-POWELL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AFP/연합)

국제유가가 극단적인 수준까지 폭등하지 않더라도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반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웰치 애널리스트는 “유가 상승은 이미 관세로 흔들리고 있는 글로벌 경제 성장에 타격을 주고 인플레이션을 더욱 촉진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전월 대비 각각 2.4%, 0.1% 상승해 전문가 예상치(2.5%, 0.2%)를 소폭 하회한 것도 에너지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에너지 가격이 전월보다 1.0% 하락했고 휘발유 가격은 2.6% 떨어져 전체 물가 상승세를 눌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에너지 가격, 휘발유 가격은 각각 3.5%, 12% 하락했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1일 의회 증언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주거, 식품, 에너지 비용 상승 둔화로 2021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4년간의 물가 상승으로 미국인의 생활 수준은 저하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덕분에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개선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5월) CPI가 막 나왔다. 훌륭한 수치"라면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1% 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4월 CPI가 2.3% 상승을 기록한 것과 관련, “인플레이션은 없고 휘발유, 에너지, 식료품 등 사실상 모든 것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며 “연준은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