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올초 삼전 시총의 40% → 51.5%로 상승
외국인 보유율 하이닉스 우세…삼성 49.7% vs 하이닉스 55.3%

▲뤼튼.
'국민주'로 불리며 500만 명 넘는 소액주주들이 장기 투자해온 삼성전자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시가총액이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한 SK하이닉스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삼성전자와의 시총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오전 11시 15분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89% 오른 5만9200원에 거래 중이며, 시가총액은 350조442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는 24만8000원에 거래되며 시총 180조5446억원을 기록했다. 양사 간 시총 격차는 약 170조원으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시총의 51.5% 수준까지 추격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1월 '구만전자'(9만600원) 시절 코스피 시총의 25% 이상을 차지하며 '지수의 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현재 비중은 14%대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2016년 5월(14.53%) 이후 9년 1개월 만의 최저치다. 반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시총의 40% 수준에 머물던 SK하이닉스는 최근 AI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가고 있다.
양사의 격차를 가른 핵심은 단연 HBM 기술력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를 사실상 단독 공급하며 기술 주도권을 확보했고, HBM4 샘플 공급 역시 삼성전자보다 앞선 상태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3E의 품질 테스트(QT)를 아직 통과하지 못해 주요 고객사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 차이는 실적과 투자 수급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가 7조4405억원으로, 삼성전자(6조6853억원)를 앞섰다. ROE(자기자본이익률) 역시 SK하이닉스가 37.94%로, 삼성전자(9.24%)의 4배를 웃돈다. PER(주가수익비율)도 SK하이닉스가 6.95배로 삼성전자(11.47배)보다 낮아, 이익 대비 주가가 저렴한 '저평가 매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수급 흐름에서도 양사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 보유율은 삼성전자가 49.76%에서 49.73%로 소폭 감소(약 190만주 순매도)한 반면, SK하이닉스는 54.45%에서 55.33%로 상승(약 649만주 순매수)했다. 기관 투자자 역시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수세를 강화하며, 6월 들어 외국인·기관의 '쌍끌이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6월 초 이후 주가 흐름도 대조적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대비 약 15% 상승하며 24만 9000원(17일 종가) 고점을 돌파했지만, 삼성전자는 5만원 초중반~6만원 사이에서 횡보를 반복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5만 초반에 사서 6만원 선에서 파는 단기 매매 전략 외엔 답이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주가 반등의 조건으로 △HBM 양산 안정성 확보 △GPU 고객사 확보 △파운드리 대형 수주 확보 등을 꼽고 있다.
서승연 D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이지만, 주가 반등을 위해선 주요 GPU 고객사 대상 HBM 공급 확대와 파운드리 대형 수주가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저평가 매력과 기술력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쉽지 않겠지만,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력 회복에 힘입어 주가가 차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