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E100·에너지 고속도로…기후에너지부, ‘에너지 전환·산업 육성’에 무게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조직 개편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부상한 '기후에너지부' 신설 구상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 조직 개편의 중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과 위성곤 의원, 두 명의 정책 실무자가 자리하고 있다.
두 의원은 각각 기후·에너지 정책 설계에 깊이 관여해온 인물이다. 김 의원은 당내 에너지전환특위 위원장과 국회 기후에너지특위 간사 등을 역임하며 기후정책의 실무 기획을 주도해왔다. 위성곤 의원은 이재명 대선후보 시절 선거대책위 직속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아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 핵심 공약을 실무 설계한 당사자다.
◇ “기후정책, 이제는 산업정책이다"...경제분과로 간 기후정책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국정기획위원회 이한주 위원장 주재로 1차 전체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에서는 100대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과제별로 추진 시점과 목표 등을 정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기후정책은 사회분과가 아닌 경제분과 소관으로 편성됐다. 경제2분과는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등을 소관 부처로 두고 있으며, 에너지전환 및 산업구조 개편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환경부를 소관으로 둔 사회분과에는 기후 전문가가 배치되지 않았다. 교육 전문가인 홍창남 분과장(부산대 부총장)을 비롯해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의원과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 등 문화·체육·노동·보건 분야 전문가가 포진됐다. 정부는 기후정책을 더 이상 '환경 어젠다'로 한정하지 않고, 국가 산업전략과 미래 먹거리로 통합하겠다는 기조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구조를 고려하면 설득력을 가진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약 76.2%는 에너지 부문, 18.1%는 산업공정 부문에서 발생한다. 두 부문을 합치면 전체 배출의 94.3%에 이른다. 이 같은 구조적 현실은 기후정책이 곧 산업정책이며, 기후위기 대응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환경부, 산업부, 기재부가 각각 규제, 진흥, 재정 역할을 나눠 수행해 정책 집행력과 실행력 모두가 분산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기후 대응의 주도권이 '산업'을 담당하는 분과로 넘어간 만큼, 향후 기후 관련 국정과제는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 “기후는 산업"으로…경제2분과서 위성곤, 정책 설계 주도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오른쪽) [사진=인스타그램]
이러한 방향성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실무적으로 설계한 인물로 꼽히는 위성곤 의원의 역할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위 의원은 현재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참여하며 기후·에너지 국정과제를 총괄 설계하고 있다.
위 의원은 민주당 탄소중립위원장,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 직속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역임하며 일찍이 기후위기를 산업전환 전략과 연계한 구상을 주도해왔다. 실제로 위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던 기후위기대응위가 지난 12일 공개한 기후·에너지·환경 국정과제 제안서는 산업 중심의 기후정책을 구체화한 청사진으로 평가받는다.
이 제안서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기후 국정과제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에너지 고속도로(지능형 전력망) 구축 △해상풍력·태양광 확대△RE100 산업단지 기반 경제특구 조성 △AI 기반 지능형 에너지 플랫폼 구축 등 에너지 전환 중심의 산업정책에 방점이 찍혀 있다. 탄소중립을 기술 산업화하고, 미래형 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지역균형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도모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구상을 반영한 것이다.
◇ “테슬라도 국가가 키웠다"…김성환, 녹색산업 패키지 강조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오른쪽) [사진=인스타그램]
신설이 추진 중인 기후에너지부의 초대 장관 후보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의원은 정부조직법 개정 전까지 환경부 장관직을 맡은 뒤, 기후에너지부가 출범하면 초대 장관으로 전환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김 의원이 바라보는 기후에너지부의 핵심 방향은 단순한 기후 대응을 넘어 산업 전환과 일자리 창출을 동반하는 구조 개편이다. 그는 지난 6월 12일 MBC '뉴스투데이'에 출연해 “기후위기가 아니라 이제는 기후재난의 시대"라며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시스템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망, 즉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고, 여기에 맞는 녹색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히트펌프 등 녹색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 설계와 집행, 지원 기능이 하나로 연결된 단일 부처의 존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테슬라, 중국의 비야디(BYD) 모두 정부의 집중적인 정책 지원 덕분에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한국도 기후와 산업을 통합 설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의원은 또한 현재 환경부와 산업부에 분산된 기후·에너지 기능을 통합하는 것이 정책 집행력 제고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환경부는 유엔에 제출할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실제 실행 수단은 산업부에 있어 실행력이 떨어지는 구조"라며 “기후와 에너지 기능을 한 부처로 통합한 유럽 국가들은 탄소 감축 효과가 3배 이상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과제…“컨트롤타워 설치 vs 부처 간 기득권 조정"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면 에너지 인허가권과 환경 규제 권한을 함께 갖춘 강력한 수퍼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 개편은 기존 부처들과의 기능 조정 및 권한 이양이라는 현실적 장벽을 안고 있다. 당장 에너지 정책을 총괄해온 산업부와, 기후대응 이행계획을 수립해온 환경부, 재정 배분을 조율하는 기획재정부 사이에는 조직 정비를 둘러싼 이해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기후에너지부 주도권을 두고 어느 한 부처 출신 인사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경우, 신설 부처가 기존 부처의 '외청(外廳)'처럼 기능하거나 특정 분야에 편향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환경부 출신들은 '에너지 안보 확보'나 '산업계 에너지 수요 대응' 등을 소홀히 할 수 있고 산업부 출신들은 산업계 논리에 기후정책을 종속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 있다.
김성환 의원은 이에 대해 “이해 관계 조정이 필요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순차적·합리적 조정 절차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