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E 수익성에 실적 날개…영업이익 9조원 돌파 가능성
3개 분기 연속 ‘영업익 1위’ 전망…삼성전자 6조원대 ‘주춤’
HBM주도권 굳히기 양상…삼성,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차질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급증 속에 초고성능 제품인 HBM3E 공급 확대가 수익성을 견인하면서 반도체 주력업체 간 실적 격차도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HBM 공급망 경쟁에서 뒤처진 삼성전자가 2분기 6조원대 영업이익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8조77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부 증권사들은 9조원 돌파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전망대로 실적이 확정될 경우, 지난해 4분기 기록한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8조828억원)을 넘어서는 신기록이 된다.
이 같은 호실적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확보한 독보적 주도권 덕분이다. 특히 5세대 제품인 HBM3E를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고부가가치 메모리 부문에서 매출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는 전체 제품 믹스를 개선하며 평균판매단가(ASP)와 이익률 모두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현재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약 5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30%), 마이크론(20%)과의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신 제품인 HBM3E에선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70%에 이르며, 기존 8단보다 수익성이 더 높은 12단 제품의 공급 비중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2분기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이 12단 제품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HBM3E 12단을 안정적으로 대응 가능한 업체는 제한적"이라며 “SK하이닉스의 제품 구성이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는 만큼, ASP 상승과 영업이익 증가에 모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제품.
실제로 HBM3E는 기존 더블데이터레이트(DDR) 메모리보다 훨씬 높은 단가를 자랑하는 제품이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GB당 가격 기준으로 보면 HBM3E는 DDR5 대비 4배 이상 비싸며, 웨이퍼당 매출도 45%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단가 차이가 SK하이닉스의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D램과 낸드 가격 모두 상승세를 보이며, 글로벌 메모리 시황 개선 흐름도 SK하이닉스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2분기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을 6조8125억원으로 예측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한 수치다. 일부 증권사에선 6조원 초반대 실적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6조1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HBM3E 12단 시장 진입 지연, 파운드리 적자 축소 지연 등의 요인이 실적 개선을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HBM 시장 주도권 확보에서 삼성은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HBM3(4세대)는 엔비디아에 공급 중이지만, HBM3E(5세대) 제품은 8단과 12단 모두 여전히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품질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양산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최근 AMD에 HBM3E 12단 개선 제품을 공급하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시장 지배력 차이는 뚜렷하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80% 이상으로, AMD(10%)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결국 엔비디아와의 공급망 연결 없이는 삼성의 HBM 시장 도약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SK하이닉스는 국내 상장사 중 영업이익 기준 '1위 기업' 자리를 3개 분기 연속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2위로 내려앉은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1위 탈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