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384원 돌파, 비트코인 한때 9만8000달러대 급락
코스피 3000선 흔들렸지만…외국인·기관 대규모 매도 속 약보합 마감

▲23일 오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격으로 중동 불안이 최고조로 치닫자 2990대로 후퇴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타격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원유·해운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한때 급락했던 한국 증시가 저가 매수세 속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4.96포인트(-0.16%) 내린 3016.8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0.98% 하락 출발했던 코스피는 한때 1.68%까지 밀렸지만, 개인의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며 오후 내내 낙폭을 거의 만회했다.
중동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외국인과 기관은 대규모 매도세를 나타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479억원, 8373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던졌으며, 개인은 1조3486억원어치 매수해 하락장을 방어했다.
환율과 원자재 시장은 급등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 기준 15시 30분 종가로 1384.30원에 마감해 개장 직후 1375원으로 출발했던 것과 비교해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 외환시장 종료 후에도 역외 선물환 거래가 계속 이어질 수 있어 추가 변동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엔화 환율은 1.02엔 떨어진 939.34엔, 달러인덱스는 0.29% 상승해 99.00을 기록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비트코인은 한때 9만8286.21달러까지 밀리며 지난달 8일 이후 처음으로 10만 달러 선이 무너졌고, 이더리움은 2116.68달러, XRP는 1.91달러, 솔라나는 126.83달러, BNB는 602.71달러까지 급락해 모두 최근 한 달 내 최저치를 나타냈다. 다만 비트코인은 오후 3시 36분 기준 전일 대비 1.05% 상승해 회복세를 보였고, 이더리움(0.61%), XRP(0.14%), 솔라나(1.93%), BNB(1.87%)도 다시 오름세를 나타냈다.
원유·해운 업종은 급등세로 마감했다. 미국 핵 시설 공습 직후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원유 운송 차질과 운임 급등 우려가 확산된 영향이다. 중앙에너비스는 24.30% 급등해 2만4250원에 장을 마쳤다. 대성에너지(14.35%), 흥구석유(17.64%), 한국석유(16.87%)도 강세로 마감했으며, SK이노베이션(0.39%)과 S-Oil(1.79%)도 상승했다. 해운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STX그린로지스는 12.27% 급등했으며, 흥아해운(15.48%), 대한해운(3.53%), HMM(2.39%)도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원유 급등 우려 속 원가 부담이 늘며 자동차·대형 기술주는 약세로 마감했다. 현대자동차(-4.05%)와 기아(-2.84%)는 글로벌 소비 둔화 가능성이 부각되며 내림세를 보였고, 삼성전자(-2.52%), 삼성SDI(-3.97%), LG에너지솔루션(-3.61%) 등 대형 기술주도 외국인·기관 매도 속 하락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동 위기가 원유·해운 운임 급등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타누라발 일본 지바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은 지난 20일 기준 2주 전보다 85% 급등했다. 하루 약 2000만 배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이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경우 원유 가격과 글로벌 경제 모두 큰 충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 추이, 파월 의장 청문회,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가능성 등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한국 증시는 3000선을 전후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