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니즈 충족·합리적 보험 상품 찾는 도우미 추구
무조건적 리모델링·과도한 적립보험료 삽입 등 지양
“정 때문에 보험 가입하지 말고 꼼꼼히 따져보세요”

▲박선샘 굿리치 서울1본부 AM지점장
“보험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설계사가 상품을 판매하고 가입시키는 '셀러'였다면, 이제는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고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 재무건전성도 안전한 회사를 찾아주는 '파인더'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박선샘 굿리치 서울1본부 AM지점장은 지난 22일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본지를 만나 “전국민의 97%가 보험가입자고, '상품이 필요하니까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말하는데도 업계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이 아쉽다"고 말했다.
고객이 가입한 상품이 좋지 않아서 개선 방안을 찾아주는 것보다 '리모델링을 위한 리모델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오른 보험료 때문에 가입자가 어려움을 겪는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 나온 상품이 모두 좋지 않은 것은 아닌 만큼 설계사 본인에게 이득이 되지 않더라도 '좋은건 좋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영업신조를 가진 인재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꾸려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설계사가 많아지면 업계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박 지점장은 다수의 경제 방송에서 보험 전문 패널로 출연한 90년대생의 '젊은피'로, 보험금 청구를 비롯한 개인 영업활동 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매크로 경제 환경, 금융당국의 기조, 제도 변화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며 일과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간병인·장기요양보험이 각광 받고, 중입자치료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진단비 보다는 치료비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부연했다.
7년간 고객들과 만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는 “진심이 닿지 않을 때"라고 답변했다. 고객의 병력과 가족력 등을 토대로 보장범위와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고객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데 보험료를 높이기 위한 '상술'로 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 지점장은 소비자의 역할도 주문했다. 특히 “정 때문에 보험을 가입하는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를 소비자가 떠안아야 하므로 상품에 대해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다. 설계사가 환급이라는 명목으로 적립보험료를 임의로 넣으면 소비자가 아닌 설계사에게 이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본인이 보험산업에 진입한 계기도 공부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상품과 회사에 대해 알아보고 적합한 상품을 찾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고객들의 상품을 (재)설계하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서 보람을 찾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형 보험사로 첫걸음을 시작했다가 법인보험대리점(GA)로 옮긴 이유도 여기에서 찾았다. 자신이 속한 회사의 상품만 판매하는 전속설계사 보다 여러 곳의 상품을 제시할 수 있는 GA가 설계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초심'과 더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전속설계사가 육군이 강력한 군대라면 GA는 육·해·공군을 모두 보유한 군대라고 비유했다. 치아보험, 태아·어린이보험, 여성보험 등 특정 상품군에서 강점을 보이는 기업의 보험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해온 정책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교통사고·도수치료 등과 관련한 일명 '나이롱 환자'를 잡겠다는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지점장은 “보험 판매 수수료를 최대 7년간 분할 지급받는 개편안이 업계에서 많은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이 맞다"며 “보험계약 유지율 향상을 비롯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형 GA 보다 중·소형 GA가 받는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그러나 일종의 '필터'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설계사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을 뿐더러 최근 보험사와 GA들이 영업력 확장 등을 위해 설계인력을 대폭 늘리면서 발생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40만명대 초반이었던 설계사수는 2022년부터 3년간 연평균 7%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 47만2000명을 기록했다. 전속설계사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GA 소속 설계사가 10년 전보다 대폭 불어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 현장을 믿고 현재의 기조를 유지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설계사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과잉청구를 지양하는 등 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지점장은 “젊은층 뿐 아니라 고령의 금융소비자들도 최근 많이 '똑똑'해졌으나, 시장의 성숙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더욱 현명해져야 한다"며 “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입으로, 전문상담사와 여러차례 만나보는 등 크로스체크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