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일몰 앞두고 연장 여부 ‘불투명’
상호금융 160조 예탁금, 이자소득세 붙을 수도
정부, 고소득층 절세 수단 전락 비판
지역 고령층·농어민 타격 우려 커져

▲상호금융 이자소득 비과세 제도 연장여부가 다음달 결정된다.
상호금융업권의 예·적금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일몰을 앞두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조세지출을 재정비하겠다는 기조가 나오고 있어 비과세 혜택 연장 여부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높아진 분위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국가재정 효율화를 위해 조세지출 정비 중 하나로 상호금융권의 비과세 제도 폐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가 조세특레제한법에 대한 심층평가에 들어간 상황으로, 조세특례의 실효성을 따진 뒤 혜택 폐지 여부에 대해 내달 결과를 낼 방침이다.
상호금융 이자소득 비과세 제도는 1976년 농어민과 서민 지원을 목적으로 도입됐다가 2022년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현재 신협, 수협,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조합원과 준조합원에게 1인당 3000만원까지 예·적금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제공 중이다. 통상 이자소득에는 15.4%의 세금이 부과되는데 상호금융 조합원이나 준조합원은 지방소득세 1.4%만 부담한다.
앞서 제도가 일몰을 맞이할 때마다 연장돼왔지만 올해는 제도 연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새 정부 들어 국가재정 효율화를 위한 조세지출 구조조정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는 상황이기 떄문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결과 경기진작과 민생안정에 지출이 늘고 세입경정 규모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작년까지 2년 째 세수펑크로 나라 살림이 빠듯해진 상황에서 올해도 세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지난해 30조원대 세수결손까지 더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40조원 이상 세수가 걷혀야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당국은 상호금융권의 조세지출 규모가 커진 점을 문제점으로 꼽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상호금융권의 비과세예탁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65조9000억원에 달한다. 기관별로는 농협(63조1100억원)과 새마을금고(56조3950억원)가 가장 많고 △신협 33조9610억원 △수협 8조1979억원 △산림조합 4조2306억원 등이다. 비과세 제도에 따른 조세지출 규모는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업종 종사자와 서민의 권익 향상을 위해 마련한 제도가 어느새 대도시 거주자나 중산층·고소득층의 절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실제 가입자도 조합원인 농어민 대비 준조합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반인이 출자금 몇만원 납부만으로 준조합원 자격이 생기는 구조로 문턱이 낮아 실제 가입자 80% 이상이 준조합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현재 예금보호한도의 상향도 앞두고 있어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점도 지적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정부로부터 비과세 혜택을 폐지하는 대신 저율의 이자소득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당국은 지난 세법 개정 당시에도 비과세 혜택 연장에 반대하며 비슷한 류의 안건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상호금융권은 수혜 대상이 고령층과 지역민이기에 혜택 미연장 시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농어민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호금융권의 경우 영업지점이 비수도권에 다수 포진돼 있고 여전히 지역사회와 고령층의 자산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준조합원의 비중이 높은 부분에 대해서도 이들의 가입이 결국 조합에 필요한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준조합원의 비중이 높은 게 서민 권익 향상이라는 당초 취지에 크게 벗어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조합원 숫자가 줄어 고민인 상황인데 준조합원이 많이 들어와있기 때문에 조합이 유지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수협의 경우 비과세 예탁금이 어업인 등 조합원 대상 대출 재원으로 활용되기에 서민금융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업권 차원에선 제도 폐지로 인한 대규모 예금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160조원대 비과세 예탁금 잔액 중 3분의 1 수준만 이탈하더라도 50조원 가량의 예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는 조달 비용 상승으로 연계되고, 대출금리 인상을 불러와 농어민 등 서민의 이자 부담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 업권 관계자는 “연장 때마다 첨예한 대립이 있었지만 새 정부 들어 이전보다 긴장감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며 “정부가 폐지를 강행하면 자금유출과 지역 금융기관의 기능 약화도 우려된다"고 말했다.